제5의 미각은 감칠맛, '제6의 미각'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으로 나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기에 2가지 맛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가지 맛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5번째 미각’과 ‘6번째 미각’이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남부대학교 생물물리학과 올 모리슨 교수에 따르면 미각이라는 감각은 인간의 다른 감각에 비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음식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각을 발견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일본 도호쿠대학교 치과대학원의 ‘감칠맛’(우마미)에 대한 연구가 있다. 감칠맛이 바로 5번째 미각이다. 흔히 MSG라고 불리는 인공조미료의 원료인 글루탐산소다는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조미료에서 나는 맛인 감칠맛이 건강상 유익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령층의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모든 실험대상자들이 식욕이 없어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중 일부는 감칠맛을 느끼는 감각을 완전히 소실했다. 제대로 먹지 않아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양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경우 식욕이 향상돼 건강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층 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나 약물복용에 의해 일어나는 부작용은 미각장애와 타액 감소의 원인이 된다. 타액의 분비량을 늘리는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미각이 살아나 감칠맛을 좀 더 잘 느끼게 된다.
또 감칠맛 미각 수용기는 입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화관에도 존재한다. 소화를 조절하는 작용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마미정보센터의 쿠미코 니노미야 연구원은 감칠맛이 쓴맛, 짠맛, 신맛, 단맛과 더불어 기본적인 미각의 하나로 인식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배제돼 왔다고 주장한다. 감칠맛이 제외돼온 이유는 유럽과 일본의 서로 다른 요리문화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의 요리를 비교해본 결과, 서구권에서는 국물을 우리는데 사용하는 재료가 감칠맛을 내지 못한다. 서구권에서 그동안 감칠맛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과 비슷한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감칠맛은 낯선 미각이 아니다. 현재는 각 나라의 요리법이 서로 공유되고 퓨전음식이 늘어나면서 감칠맛을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에 과학자들도 감칠맛이 음식의 풍미를 어떻게 더하는지, 건강에는 어떠한 이점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6번째 미각인 ‘깊은 맛’(코쿠미)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깊은 맛은 마늘, 양파, 조개 등에서 발견되는 맛으로 그 자체는 맛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다른 맛과 결합해 맛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깊은 맛은 특히 저지방 요리의 풍미를 더한다. 29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깊은 맛을 더한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진한 맛, 여운이 남는 뒷맛, 저지방 음식에 기름을 더한 맛 등이 강화된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5번째와 6번째 미각 외에 또 다른 맛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우선 감칠맛과 깊은 맛에 대한 심화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맛저널(Journal Flavou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