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가의 사랑은 왜 비극이 됐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81호 (2021-07-12일자)

모딜리아니의 천재성을 몰라본, 어리석은 신념들

  1. 사랑

캔버스에
당신의 알맞은 온기와 바라보기 좋은 눈빛과
내 높이에 꼭 맞는 긴 목과
우수에 찬 분위기를 그립니다

머리카락 곱게 늘어트려 내 어깨에 잠드는
당신

  1. 죽음

사랑스런 저녁별
나의 이그드라실, 당신 잘 있지요
수많은 여인들을 배신하게 하고
당신의 신성한 보호를 받았던 나의
마지막 인사를 받아주오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빛을 건네준 별, 당신에게
아득하여 닿을 수 없는
지상의 사랑을 전송하게 되는 마지막 행복

  1. 다시 사랑

온갖 지붕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니스의 창밖으로 뛰어 내려
천국에서도 나의 모델이 되기 위해 맨발로 걸어온
당신

이제 나는 하늘의 축복을 받은
당신의 순결한 날개와
당신의 순정한 물방울과
당신의 달콤한 목소리를 섞어 물감을 풀어도 될·까·요?

가수 윤복희의 오빠로 록그룹 ‘키 보이스’의 리더였던 목사 윤향기가 아니라 시인 윤향기의 시 ‘To. 잔느 에뷔테른 – 당신, 그려도 될까요? From. 모딜리아니’의 전문입니다.

1884년 오늘(7월 12일), 시인이 노래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이탈리아의 리보르노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 후 파리에서 활약한 외국인 화가 그룹을 가리키는 ‘에콜 드 파리’의 대표적 화가로서 가늘고 긴 얼굴, 긴 목의 여성들, 눈동자가 없는 눈 등의 독특한 초상화를 낳았지요.

모딜리아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지만, 화랑 주인이 아름다운 누드화 두 점을 윈도에 전시했다가 ‘무식한 경찰’에게 작품 철거명령을 받고 허무하게 끝나버렸지요.

모딜리아니는 시에서처럼 화가 지망생 잔느 에뷔테른과의 사랑으로 유명하지요? 모딜리아니는 카페에서 본 잔느에게 “내 모델이 돼 주겠소?”하고 접근했고,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합니다. 모딜리아니는 다른 사람의 초상화와는 달리, 눈동자를 그려넣은 에뷔테른의 초상화를 남깁니다.

그러나 잔느의 부모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반대했고, 한겨울 잔느가 친정에서 갇혀있을 때 모딜리아니는 폐결핵이 도져서 쓸쓸히 세상을 하직합니다. 잔느는 남편이 숨진 다음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립니다. 시에서처럼, 정말 천국에서 모델이 되기 위해서 남편을 따라간 것일까요?

왜 사람은 자신의 좁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고 행복을 파괴할까요? 19세기 초 파리지엔느들이 천재를 알아봤다면, 무지한 경찰이 대가의 그림을 알 수 있었다면, 잔느의 부모가 사랑을 인정했더라면 비극은 없었을 텐데….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쉽게 다른 사람을 단정하고, 낄낄대며 비웃거나 화난 얼굴로 손가락질하고,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을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요? 스스로 다 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까요? 이 어쩔 수 없는 본성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핫 닥터] 면역억제제 필요 없는 장기이식을 위해…

이번 주 핫 닥터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박재범 교수(50)입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전공의를 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조교수로 근무하다 다시 삼성서울병원에 복귀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신장-췌장 이식 태두’ 한덕종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 2세대 대가’ 김성주 교수의 장점을 결합해서 신장 이식의 세계를 열고 있는 의사입니다. 면역관용 이식, 확장범주 뇌사 기증자 이식, 교환이식 등을 선두에서 이끌면서 만성신장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박재범 교수의 신장 이식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영화 ‘모딜리아니’의 OST ‘When I know your soul, I will paint your eyes…’입니다. Guy Farley의 연주입니다. 둘째 곡은 알제리 출신 프랑스 가수 앙리코 마샤스의 ‘Pour toutes ces raison, je t'aime(이런 이유로 그대를 사랑합니다)’입니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사랑의 발라드’로 알려진 노래이죠?

  • 모딜리아니 OST - 가이 팔리 [듣기]
  • Pour toutes ces raison, je t'aime - 앙리코 마샤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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