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동료가 암 진단 받으면 어떻게?
[조주희의 암&앎] 암치료에 가장 큰 장벽, 편견
모든 단어는 사전적인 뜻을 넘어 그것이 주는 느낌이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아침’이라는 단어는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란 사전적 뜻보다 어떤 일의 ‘시작,’ ‘희망,’ ‘상쾌함’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면 ‘암’이라는 단어는 어떨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가? 다른 식으로 질문을 하면, 여러분은 어떠한 상황에서 ‘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ooo은 암적 존재이다.’ ‘ooo때문에 암 걸릴 것 같다’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한다. 무심코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암’이라는 단어는 ‘나쁨,’ ‘불행,’ ‘극단의 상황’ 등의 상징으로 자주 비유되며 사용하고 있다.
특히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현장에서 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자주 경험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는 암을 진단받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환자, 반대로 환자의 암진단을 말하지 않는 보호자처럼 주변사람들에게 본인이나 가족의 암 진단을 알리길 꺼려하고 불편해하며 가급적 숨기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암교육센터에서는 간혹 원하는 환자에게 교육자료를 보냈다가, 인쇄물의 ‘보내는 이’ 주소에 ‘암교육센터’가 찍혀서 항의를 받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환자 주변에서는 자신이 암에 걸렸는줄 모르는데, 이웃이 그 우편물을 보고 암환자인 것을 알면 어떡하냐는 전화였다.
필자는 이런 경험이 쌓일 때마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암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일이 많구나 싶었다.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암과 암환자에 대한 인식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2009년 첫 대국민설문조사 당시, 우리 국민은 ‘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죽음 (33%)’ 고통 (13.8%), 불치병 (10.4%) 경제적 부담 (9.8%) 그리고 두려움 (8.8%) 순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1,0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58.5%가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암은 치료가 어렵다’고 답했고, 만약 ‘암에 걸리게 됐다’는 가정 하에 자신이 암환자란 사실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과반이 친구나 이웃, 직장동료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늦은 질병의 진단과 낮은 생존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암진단과 치료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최근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하 생존율)은 70.3%에 이르렀다. 어떤 암종은 조기 발견하면 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수 있다. 암은 더 이상 걸리면 무조건 죽는 불치의 질병이 아니다. 그렇다면, 암환자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긍정적으로 변하였을까? 안타깝게도 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2018년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함께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우리 국민의 1/3은 ‘암은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절반이상의 응답자가 ‘암환자는 치료를 마치더라도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으며, 10명중 6명은 ‘가족 중 암생존자가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편견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암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일상생활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일례로 다른 국가에서는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동안 최대 1년의 유급휴가가 보장돼 있는 경우도 있고, 암치료 종료 후 직장 복귀 시에도 부분제 근무 또는 출퇴근 시간 자율제 등 암경험자를 고려한 치료 후 생활 복귀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더불어 암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육아, 학업, 사회 활동을 도와주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이며 사회에 융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제도의 변화는 ‘암’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암은 더 이상 걸리면 무조건 죽는 불치의 질병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암치료에 가장 큰 장벽은, 우리 마음의 편견이다. 질병의 치료를 아무리 잘해도 우리 사회가 그 질병과 함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화합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암’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암환자에 대하는 행동이 변해야 암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가 암을 이해하고 암환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해야 암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