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신호등 '몸 냄새'
주부 김모씨(43·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최근 고1짜리 딸의 일기장을 훔쳐보다가 한숨을 쉬고 말았다. 딸아이는 암내 때문에 매일 겨드랑이에 파우더를 바르고 등교하지만 오후가 되면 냄새가 나서 안절부절 못했다. 쉬는 시간마다 맨 먼저 화장실에 달려가 땀을 닦고 오곤 했다.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고 했다.
일기장엔 ‘죽고 싶다’는 말이 수시로 나왔다. 딸아이는 매일 샤워를 하고 피부도 보송보송한 편인데….
왜 어떤 사람에겐 나쁜 냄새가 나는 걸까?
사실 냄새는 주변 사람을 불쾌하게도 만들지만 어떤 경우엔 기분을 상쾌하게도 한다. 병을 알리는 경보 역할도 한다. 따라서 냄새를 알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냄새를 맡는 길
코 안 공간에 있는 우표 크기의 후각상피에서 냄새 성분을 분석하고 이것이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한다.
그런데 언어와 관련된 왼쪽 대뇌는 후각과 거의 관련이 없고 생존본능과 관련된 ‘뇌의 변연계’가 후각을 주관한다. 이 때문에 냄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잘 상상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후각의 진화
사람이 가장 먼저 맡는 것은 어머니의 양수 냄새. 이 때문에 아이는 초기에 양수 냄새와 비슷한 버터 냄새를 좋아하지만 썩은 계란을 앞에 갖다 두면 울상이 된다. 또 태아 때 자주 맡은 변 냄새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라면서 냄새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 바뀌며 사춘기 때에 ‘확’ 변한다. 특히 소녀들은 냄새에 아주 민감해지며 따라서 사춘기 딸의 방에 좋은 방향(芳香)을 갖다 놓는 것만으로 딸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인이 돼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후각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
최근 양한방 모두 우울증 두통 등을 향기로 고치는 ‘향기 치료’가 인기. 이는 좋은 냄새가 심신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 냄새는 또 사람의 기억과 연관돼 있다. 술을 마시며 알코올 냄새 속에서 기억한 ‘삼행시’는 술자리에서 훨씬 잘 떠오른다. 영국에선 이를 이용, 특정 냄새를 맡게 해 치매를 치료하는 ‘회상 치료법’이 유행이다.
인체의 악취 중 암내는 겨드랑이의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온 땀을 세균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하기 때문에 생긴다. 보통 사춘기에서 생기기 시작하고 폐경기 뒤에는 없어지는데 흑인 백인 황인종 순으로 많다.
발냄새는 에크린 땀샘에서 나온 땀이 분해돼 생기는 이소발레릭산이 주범. 둘 다 증세가 가벼울 경우 항생제가 든 비누와 로션을 쓰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또다른 악취, 방귀는 사람이 하루 평균 13번을 내뿜는다. 하루에 배출되는 가스량은 사람마다 달라 200∼1500㎖이고 소리의 크기는 항문 주위의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즉 대장의 밀어내는 힘이 크거나 치질로 ‘배기통’이 부분적으로 막힌 경우 소리가 크다.
▽질병의 신호
동양인은 서양사람에게 노린내가 난다고 말하지만 서양인은 아시아인이나 에스키모에게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이는 건강한 사람의 공통적 특징.
병에 걸리면 이와는 다른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장티푸스에 걸리면 갓 구어낸 갈색빵 냄새, 결핵성 림프선염에 걸리면 김빠진 맥주 냄새가 난다. 디프테리아 환자는 달콤한 냄새, 당뇨병 환자는 아세톤냄새를 풍기며 녹농균 감염증에 걸리면 포도냄새, 파상풍은 사과 썩는 냄새가 난다.
따라서 몸에서 냄새가 나면 얼른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액취증, 발냄새.. 수술과 약물 복용으로 '걱정 끝'▼
액취증과 발냄새는 증세가 심할 경우 별도의 시술로 고쳐야 한다.
액취증은 심할 경우 △외과적 수술 △레이저 시술 △지방흡입기 시술 등으로 고친다.
외과수술은 겨드랑이의 주름을 따라 피부를 10㎝ 정도 잘라 들어낸 뒤 아포크린 땀샘을 제거하고 다시 꿰매는 것. 레이저치료는 아포크린 땀샘만 골라서 태워버리는 것.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 주로 쓴다.
요즘엔 겨드랑이를 1㎝ 자르고 비만치료에 쓰는 ‘초음파지방흡입기’를 넣어 아포크린 땀샘을 제거하는 시술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발 냄새가 심하고 항균 비누나 로션을 발라도 계속 고린내가 날 때엔 발에 땀샘분비 억제제를 바르거나 항콜린성 약물을 먹는다. 아주 심할 경우엔 주사를 놓아 땀을 분비하는데 연관된 교감신경을 죽이는 것이 방법.
▼냄새, 그것이 알고싶다▼
<냄새의 특징>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실
①냄새에 대한 느낌은 물질의 농도와 관련있다. 고약한 냄새도 낮은 농도에선 유쾌한 냄새가 된다.
②파티 도중에 바닥에 누워있으면 가장 많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③어느쪽 콧구멍으로 들이키느냐에 따라서 같은 물질의 냄새도 달라진다.
④색깔이 선명한 물질의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⑤소량의 고약한 냄새를 섞어주면 썩는 악취가 없어지기도 한다. 한 악취가 다른 악취를 차단하기도 한다. 반대로 악취 물질에 좋은 냄새를 섞어주면 악취가 더해지기도 한다.
⑥식사 중 말을 많이 하거나 담배를 피우면 음식의 냄새를 잘 맡지 못해 입맛이 떨어진다.
⑦식사 전엔 냄새를 너무 많이 맡지 않는 게 좋다. 냄새를 많이 맡으면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냄새와 맛을 함께 느끼는 시스템을 방해한다.
⑧음식을 비벼 먹는 것보다는 한입씩 돌아가면서 먹는 것이 냄새와 맛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는데 좋다.
⑨집안에 좋은 냄새가 나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유쾌한 기억이 떠오른다.
▽개인적 차이들
①일반적으로 서른살 때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
②향수업자같은 냄새전문가도 일반인보다 더 후각이 발달된 것은 아니다.
③맹인도 일반인보다 냄새를 더 잘 맡지 못한다.
④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후각이 떨어진다. 담배를 끊어도 후각능력을 회복하는데 3, 4개월 걸린다.
⑤노인들은 음식에 인공감미료나 후각첨가제를 섞는 것이 입맛을 찾는데 좋다.
⑥노인들은 종종 없는 냄새를 맡는 ‘후각환상’을 겪는다.
⑦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를 더 잘 맡지만 월경 중에는 후각능력이 떨어진다.
⑧콧수염을 기르는 사람은 냄새를 오래 느낄 수 있다.
⑨남자보다 여자들이 면도스킨로션의 냄새를 더 좋아한다.
☞‘냄새 그 은밀한 유혹’(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심리학교수 피트 브론 저·까치 간)에서 발췌
제가 20대 초반에 암내가 나서 박테리아 때문에 암내가 난다는 뉴스를 보고, 소독용 에탄올로 냄새날 때 솜에 듬뿍 묻혀 닦았어요. 냄세날 때 마다 닦아 줬더니, 이젠 냄세가 안 나요. 총 세 번인가 네 번 닦아 줬어요. 소독용 에탄올 약국에 팔아요. 화이팅~!
이런...고작두개밖에 없는댓글이 이모양이라니 일할맛안날듯 ㅠㅠ
일기를 훔쳐본거로 기사를 시작하다니 ㅋ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