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을 만든 '사이드 이펙트'
1998년 일부 언론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웰컴의 에이즈 치료제 ‘에피비르’를 B형간염 치료제로 속여 팔던 약국들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이 약은 당시 미국에서 간염치료제로 쓰이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듬해 간염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당초 에이즈치료제로 개발하다가 간염치료에 더 잘 듣자 약의 개발 방향을 바꾼 것. 웬만한 간염환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라미부딘’(상품명 제픽스) 얘기다.
약 개발 과정에서 엉뚱한 효과가 발견돼 원래 목적과는 다른 약을 개발하는 경우가 잦다. 또 이미 떼돈을 벌어준 약에서 다른 효과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그래서 선진국 제약업계의 화두(話頭)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를 찾아라.’
사이드 이펙트
우리말로 부작용(副作用). ‘부작용’하면 보통 구토 두통 등 나쁜 것(Bad Side Effect)을 주로 떠올리지만 넓게는 주목적(主目的) 외의 모든 것 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좋은 부작용(Good Side Effect)’을 눈여겨보면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왜 외국에서만 개발되나?
신약의 개발기간은 평균 12년.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한데 비해 성공률이 낮아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작업’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개발 중인 신약이나 기존의 약에서 부작용을 발견해 새 약을 개발할 경우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때는 마케팅팀이 다시 시장조사를 하고 연구팀과 ‘전략회의’를 한 다음 방향을 틀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영세한 제약업체들이 ‘단칼 승부’를 시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견되면 숨기는데 더 신경 쓴다.
“신약개발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비유될 정도로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한 외국계 제약회사 부장은 “그러나 창의성이 부족한 한국 의사들은 ‘의미 있는 부작용’을 흘려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신약개발로 이어지지 못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이긴 약
부작용 때문에 폐기됐던 약까지도 다른 효과가 입증돼 재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탈리도마이드. 60년대 임신부의 구토 방지제로 쓰이다가 48개국에서 1만2000여명이 기형아를 낳자 시판 중지됐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나병 치료제로 승인했고 에이즈 뇌종양 등에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뉴욕대 메디컬센터의 마이클 글루버박사의 보고에 따르면 성상세포종이라는 뇌종양으로 숨져가던 환자 100여명에게 이 약을 먹인 결과 3분의1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비롯, 3분의2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
■각광받은 사이드 이펙트
비아그라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는 미국 화이자사가 협심증(狹心症)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영국의 연구소에서 발기부전 개선효과가 보고되자 방향을 틀어 선보인 약. 미 일 합작기업인 TAP사에선 파킨슨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유프리마’에서 발기부전 치료효과가 나타나자 방향을 바꾸었다. 또 미국 아리조나대학 연구팀은 피부암 없이 선탠할 수 있는 약으로 연구하고 있던 ‘멜라노탄Ⅱ’에서 발기부전 개선효과가 발견됐다며 이쪽 약으로 개발 중.
보톡스
▽보톡스=통조림이 부패할 때 나오는 ‘보톨리늄균’을 미국 앨러갠사가 약으로 개발. 소아마비와 안면마비 등의 치료제로 쓰이다가 몇 년 전부터 주름살 없애는 특효약으로 더 인기. 최근 미국의 윌리엄 바인더 박사는 “보톡스를 이용해 주름살 제거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편두통까지 없어졌다고 밝혀 조사한 결과 편두통환자 96명 중 49명에게서 3,4개월 동안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고 27명은 통증이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
자이반
▽우울증 치료제=일라이릴리사의 유명한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이쪽 치료제로도 사용되도록 FDA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 최근엔 이 약이 비만 개선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다이어트약으로도 쓰이고 있다. 한편 글락소웰컴이 개발한 우울증 치료제 ‘웰부트린’은 97년부터 ‘자이반’이란 금연약으로 선보이면서 한 해 1억5천여만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스피린
▽아스피린=1899년 진통제로 개발됐고 요즘 ‘만병통치약’으로 공인받고 있다. 진통제는 500㎎과 1000㎎짜리가 있지만 325㎎짜리를 1,2일에 한번 먹으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예방된다. 관상동맥질환자에게 특수판(스탠트)를 박아넣어 혈관을 넓혀주는 수술 뒤 피가 잘 흐르게 하는 목적으로도 쓰인다. 아르헨티나 연구팀은 최근 불임여성이 아스피린을 먹으면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
프로페시아 관련 오보 수정 바랍니다. 국내에서 이미 20년 이상 사용되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