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다이어트 도구에 "야만적이고 위험해"
액체만 섭취 가능하도록 만들어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다이어트 기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질랜드와 영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장치는 입을 2mm 이상 벌리지 못하도록 잠금 장치를 치아에 고정해, 액체 형태의 음식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사용자가 입을 벌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지거나, 질식할 경우를 대비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비상열쇠도 만들었다.
이 장치를 개발한 연구팀은 해당 장치가 외과 수술 대신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이며 수술과 달리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도 이 장치의 매력적인 부분으로 꼽았다.
하지만 영양 전문가들은 이 장치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 영국국립섭식장애센터 설립자인 디앤 제이드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암흑시대로의 회귀"와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장치는 장치를 착용한 사람이 착용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땐 이처럼 극단적인 전략이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비만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도 이 장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섭식장애를 개선하고, 개인의 심리 상태를 점검해야 하며, 건강한 식단과 운동 요법을 찾아나가는 등 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 장치는 단지 액체 음식만 먹게 만드는 것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섭식장애협회 커뮤니케이션 부국장인 첼시 크로넨골드는 심지어 이 장치를 '야만적'이라고 표현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이 장치를 '중세 고문 장치'에 비유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 장치는 실질적으로 다이어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연구팀은 비만 여성 7명에게 2주간 이 장치를 착용하도록 했고, 그 결과 평균 6.3kg의 체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됐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비만도를 평가하는 것은 건강상 적절한 지표 활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들도 있다. 체중이 줄어든 데는 지방 외에도 근육 및 수분 소실 등이 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들은 하루 4잔의 음료와 1잔의 단백질 쉐이크만 마실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총 1200칼로리로, 유아에게 권장되는 칼로리량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식이요법은 단기간 내에 요요가 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여러 비판이 이어지자, 연구팀이 소속된 뉴질랜드 오타고대는 트위터를 통해 이 장치는 체중 감량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비만인 혹은 살을 빨리 빼야 할 임상적 이유가 있는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갑가지 구토를 하는 등 위급한 순간에 대응하기 어려운 장치라는 점에서 여전히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장치라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