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증후군’… “노는 날이 싫어요”
“휴일이 지옥같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장모 사장(42)은 휴일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일거리는 밀려 있는데 놀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가족과 함께 집 근처 공원에 가도 호출기와 휴대전화에만 신경이 쓰인다.
휴일증후군(Sunday Syndrom). 휴일에 쉬는 것이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현상. 미국에서는 휴일에 직장인의 폭행 자해 자살사고가 급증한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에선 IMF 이후 이 증후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왜 생기나=일감이 많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안정과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과 통하는 분위기. 일을 안 하면 지위가 위협받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것이 잠재적으로 도식화되면 휴일에 쉬는 것도 지위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특히 고실업시대에 일부 직장인은 ‘쉰다’는 말 자체를 ‘해고’로 받아들인다. 한국인이 집단문화에 익숙해 직장에 대한 의존감이 심한 것도 한 원인. 소속 집단인 직장에서 벗어났을 때 불안감에 시달린다.
▼누구에게 생기나=일중독증 환자, 일이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인 사람들에게 특히 많다. 즐기는 것과 쾌락 자체를 두려워한다. IMF사태 이후 ‘반(半)강제성 휴일’이 늘어나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할 때 심한 갈등을 겪는다. ‘성공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다. 해고의 삭풍 속에서도 살아남았을 때 잠재적으로 더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는 것.
▼어떻게 되나=가슴이 답답하고 자주 놀란다. 쉬고 노는 것엔 도대체 흥미가 없다. 매사에 짜증을 내고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낸다. 집중력과 자신감, 새로운 일에 대한 욕구 등이 줄어 들어 결국 일에도 지장이 있다.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진전된다.
▼대처법=가족의 역할이 중요. 일부 주부는 가뜩이나 일 생각뿐인 남편에게 무리하게 주말 가사 분담을 요구, 남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우선 휴일에 집에 있는 것이 편하도록 해야 한다.
말로만 쉬라고 해봐야 별로 소용이 없다.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등산 골프 등을 함께 하면서 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을 벗어나 있으면서도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