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닥터] 위암 환자들과 온라인 소통, 하이브리드 로봇수술 고수
⑫서울성모병원 외과 송교영 교수
“지난해 성탄절 전야, 적막한 병실에서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남편도 아무 말 없이 옆에서 흐느끼고…. 포기해야 하나, 되뇌며 밤을 뒤척였었습니다. 다음날 퇴원해서 중2 아들의 얼굴을 보자 정신이 깼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 아이를 놔두고….”
주부 김소영 씨(가명)는 12월 24일 위암 수술을 앞두고 진단적 복강경 검사를 받고 암 세포가 복막에 전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김 씨는 “우선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주치의의 얘기를 듣고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한때 약해졌지만, 마음을 다잡고 아들 얼굴을 떠올리며 항암치료를 견뎌냈다.
그리고 3개월 보름 뒤 주치의는 다시 복강경으로 뱃속을 검사하고선 “씨처럼 하얗게 뿌려진 암세포들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수술을 제안했다. 김 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수술해서 살 수 있는 거야? 아들 대학가는 것도 보고….
“개복수술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수술 결과 좋다며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다가 흉터가 크다며 걱정하시네요. 흉터가 문제이겠습니까? 꼭 이겨낼 겁니다. 송교영 교수님,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외과 송교영 교수(51)가 2015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40대 여성 환자의 사연이다. 송 교수는 “수술 뒤 환자의 얼굴이 펴지지 않아서 ‘행운인데 왜 안 웃지요?’하고 말하니 환자가 비로소 웃었다”면서 “환자의 의지를 보니 병마를 꼭 이겨낼 것 같다”면서 “완치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송교영 교수는 ‘위암 이겨내기’ 카페에서 3200여명의 환자, 보호자와 마음을 나눈다. 송 교수는 진료, 수술, 연구, 교육 시간 중간에 틈만 나면 위암 정보를 올리고 환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낮에 너무 바빠서 밤늦게 졸음과 싸우며 글을 올릴 때도 적지 않다. 환자들은 서로 정보와 동병상련의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카페 게시판 곳곳에 송 교수에 대한, 진심이 녹아있는 감사의 글들이 가득하다,
송 교수는 “위암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의 불안감, 고통까지 치료할 수 있기를 꿈꾼다”고 말하는 의사다. 이를 위해 진료실, 병실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에서도 환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고 애쓴다. 환자를 위해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송 교수는 어릴 적 심장판막증 때문에 몇 발짝만 걸어도 숨이 차던 어머니를 보면서 의사를 꿈꿨다. 의대에 들어와서는 외과에 마음을 빼앗겼다.
의사고시 시험방식이 바뀌어 합격률이 뚝 떨어져 인턴 인원이 정원의 절반인 상황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외과 전공의는 24명 정원에 7명이 지원했고 끝까지 남은 이는 3명에 불과했다. 3명이 24명의 일을 하며 신체적 한계를 초인적으로 버텨냈다는 이야기다.
2004년 군의관을 마치고 박조현 교수 밑에서 위암을 전공하게 됐을 때 복강경 수술이 유행을 타고 있었고, 스승의 명에 따라 일본에서 수술법을 배워왔다. 그는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의 초기멤버로 다른 의사들과 교류하며 복강경 수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송 교수는 2008년 미국 뉴욕의 세계 최고 암병원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병원(MSKCC)에 연수를 가서 힘을 뺀 바이러스로 종양을 파괴하는 분야의 기초연구를 하면서 그곳 비비언 스트롱 교수와 함께 서울성모병원과 MSKCC의 위암 환자 치료율을 비교했더니, 놀랍게도 서울성모병원의 생존율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조사결과는 외과 계열 최고 학술지인 《Annals of Surgery》에 논문으로 게재됐고, 스트롱 교수는 이듬해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국제위암심포지엄에 참석해 이 내용에 대해서 발표했다.
송 교수는 연수 끝물에 스승으로부터 “수술로봇을 들여오기로 했으니, 로봇회사 가서 배워오라”는 명을 듣고, 뉴욕에서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의 인튜이티브 서지컬로 가서 서울에서 온 대장항문 분야 김준기 교수와 함께 술기를 익혔다.
송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이 증축개원하면서 곧바로 귀국해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을 함께 시행하며 세계 최고 암 병원보다 30% 좋은 생존율을 이어갔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않아서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다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시술 뒤 회식을 피하고 음식 조절을 할 때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을 발견했고 외부활동은 좀 더 위축됐다.
옹이에 마디라고, 2016년 말 수술로봇이 없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로봇수술에서 손을 떼야만 했다.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의 창립을 위해 뛰어다녔고,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로봇수술은 할 수 없었던 것. 로봇수술을 하지 않는 회원은 혼자였어도, 학회나 모임에 꼬박 참석하면서 내공을 익혔다. 2019년 마침내 서울성모병원으로 복귀한 송 교수는 2년 3개월 만에 로봇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송 교수의 장점은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세 분야에 두루 능숙하다는 것. 전국에서 온 환자들에게 상황에 맞춰서 최적의 수술을 한다. 그는 “로봇수술은 섬세한 부분에서 장점이 있어서 보험에서 커버가 되든지 하면 권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이 무리해서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지는 않다”면서 “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알려준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특히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의 장점을 살린 ‘하이브리드 로봇수술’로 수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술실에서 손을 씻고 복강경으로 수술 부위 전체를 보면서 위를 자른 다음, 로봇수술을 하기 위한 콘솔로 가서 림프선을 절제하고, 다시 손을 씻고 복강경으로 수술 마무리를 한다. 로봇수술만 하면 3시간 이상 걸리지만, 이 방법으로 2시간 반 만에 수술을 끝낸다. 그는 올해 초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제는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로서.
송 교수는 제자 교육에도 남달리 애정을 쏟는다. 그는 예과 1학년 때 수술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한 번도 못 갔다. 본과에서는 외과 김인철 교수가 서울성모병원 최초로 간이식수술을 한다고 해서 참관하고 싶었지만, 턱도 없었다. 그 무렵 선배들에게 조르고 또 졸라서 겨우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했다. 실습 때 의국장에게 당직 서보고 싶다고 해서 섰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실상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의정부에 있을 때를 포함해서 의대 수업시간에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을 체험케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9, 2012년 두 번이나 ‘우수 교수상’을 받았다.
송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망설이고 있으면 “환자가 의사를 선택했으므로 환자의 권리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면서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한다. 대신 자신의 병에 대해 공부를 하고 짜임새 있게 물어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또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가는데 진료의뢰서 써달라며 미안해할 때 “환자의 권리이며 전혀 문제가 아니므로 미안해할 것 없다”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다.
그가 다른 의사에게 기꺼이 환자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위암 수술을 하는 국내 외과 의사들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외과 팀과 공동연구를 통해서 한국에서 수술 받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수술 받은 한국인이나 미국에서 수술 받은 미국인에 비해 훨씬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내 《소화기 암》지에 발표했다.
송 교수는 ‘환자의 권리’를 돕기 위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끊임없이 환자와 대화 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뜻 깊은 일이 있으면 온라인에 사연을 올린다.
특히 환자가 수술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을 때에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환자가 지난 5년의 불안과 괴로움을 떨쳐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에, 송 교수는 그날 환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인터넷 카페에도 올린다. 힘을 얻는다는 동병상련의 환자들이 쓴 댓글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외과의사 되기 참 잘했다!
송교수님의 카페를 우연히 알게 되어 잠시 활동을 하다가 얼마전에 대구에서 기스트 관련해서 찾아 뵙고 송교수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대구에서 수술을 해도 된다는 말씀에 송교수님께 수술을 받을 상황은 사라졌지만..(타병원 의료진이지만 다들 아시는 사이라 그런지 믿고 맡겨도 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잠깐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처음에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제가 궁금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친절히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어깨를 두드려 주시면서 걱정말라고..힘내라고..하신 말씀 덕분에 서울까지 올라간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실력+인성 모두 갖춘 이 시대 최고의 명의라는 타이틀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료 대기중일때 벽면에 걸려있는 송교수님의 액자-(대략의 내용은..환자의 마음까지 케어하는 명의..)를 보고 뭐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진료를 받고나니 딱 알겠더라구요. 항상 건강 잘 챙기셔서 송교수님뿐만 아니라 송교수님을 찾아오는 환우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이 댓글은 송교수님께서 못 보시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