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친구' 에릭센 실신 원인은 부정맥?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77호 (2021-06-14일자)

"부정맥 돌연사,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일요일 세계 축구팬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0 조별 예선전 경기 도중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갑자기 쓰러져버렸습니다.

에릭센은 현재 인터 밀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토트넘에서 델리 알리(D), 자신(E), 손흥민(S), 해리 케인(K)과 함께 ‘DESK 라인’의 일원으로 활약해서 우리 축구팬에게도 사랑 받았던 선수이지요.

에릭센은 전반 40분경 상대팀 핀란드 진영에서 드로잉을 받으러 가다가 그야말로 고목처럼 픽~ 쓰러졌습니다. 주심 앤서니 테일러는 즉시 경기를 중단시키고, 의료진 투입을 요청했습니다.

덴마크 주장 시몬 키예르는 즉시 뛰어가 에릭센의 혀가 말려들지 않게 기도를 확보했고, 동료 선수들에게는 미디어와 관중에게 에릭센의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둘러싸라고 지시했습니다. 에릭센의 부인이 경기장 아래로 내려오자, 눈물 흘리는 그녀를 위로했고요.

의료진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10여 분 동안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후송합니다. 이때 상대팀 핀란드 응원단에서는 자국의 국기를 던져줘 에릭센을 가리고 퇴장토록 돕습니다. 나중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릭센이 의식을 찾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으며, 지금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의 축구 스타들이 에릭센의 회복을 기원했습니다. 인터 밀란 동료인 벨기에 대표 로멜루 루카쿠는 이날 러시아전 득점 직후 “크리스, 크리스, 아이 러브 유!”를 외쳤고, 우리나라 손흥민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 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토트넘 시절 에릭센의 등번호 23번을 손가락으로 표현하며 “힘내, 사랑해(Stay strong! I love you)”라고 외쳤습니다.

<사진=뉴스1>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나 훈련 중 쓰러지는 것이 아주 드물지는 않습니다. 2009년 파주NFC에서 졸도한 축구국가대표 김동진처럼 ‘미주신경성 실신’도 있지만, 심각한 경우는 대부분 부정맥 탓입니다. 2011년 대구FC와 K리그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진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신영록도, 2000년 4월 쓰러진 롯데 자이언트의 임수혁도 모두 부정맥 때문이었습니다.

유럽 언론들도 에릭센 실신 원인이 부정맥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구력이 필요한 스포츠 선수들은 좌심실의 용적이 크고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가 있는데, 심장의 전기 흐름에 이상이 생기는 부정맥이 생기기가 쉬운 조건이 된다고 합니다.

부정맥은 심장을 박동시키는 전기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돌연사의 90%가 부정맥 탓이라고 합니다. 부정맥은 평소에는 아예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선 맥박을 체크하고(정상은 60~90회/분), 정기적으로 심전도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럼증, 실신 등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하고요.

누군가 부정맥 발작 때문에 쓰려졌을 때에는 주위 사람이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누군가 쓰러졌다면 다른 사람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고 혀를 꺼내 기도를 확보한 뒤 인공호흡을 생략하고, 곧바로 가슴압박을 해야 합니다.

이번 에릭센의 경우처럼 심판이 즉시 경기를 멈추게 하고 의료진을 부르지 않았다면, 주장 키예르가 기도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끔찍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꼭 맥박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맥박이 지나치게 빨리 또는 서서히 뛰거나 불규칙하게 뛴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맥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첫 방문이 끔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명심하셔야 합니다.


[베닥] 신경근육병 환자의 호흡 지키는 ‘대부’

 

재활의학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호흡기재활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62)가 선정됐습니다. 강 교수는 이전에는 호흡기근육이 약화돼 20세를 넘기지 못하던 신경근육병, 척수장애 등의 환자를 중장년까지 살리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를 넘기기 힘들다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학에 보냈고, 정부를 설득해서 인공호흡기, 기침유발기 등을 지원받도록 했습니다. 이들 환자의 아버지이자, 스승, 할아버지인 셈입니다.

☞해외 호흡기재활 환자까지 챙기는 강성웅 교수의 삶 보기


오늘의 음악

요즘 틱톡의 밈 ‘실루엣 체인지’ 때문에 올리비아 뉴턴 존과 폴 앵커의 ‘Put your head on my shoulder’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첫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올리비아 뉴턴 존의 ‘Let me be there’ 이어집니다.

  • Put your head on my shoulder - 올리비아 뉴턴 존 & 폴 앵커 [듣기]
  • Let me be there - 올리비아 뉴턴 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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