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에도 '이것'은 들린다
보통 잠을 자는 동안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느낌을 받죠.
본인이 내는 잠꼬대 소리, 코 고는 소리조차 전혀 듣지 못하도 기억하지도 못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는 동안에도 여전히 바깥 세계에 촉을 두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잠든 상태에서도 바깥 환경을 감시하고 특정 소리를 감지합니다.
심지어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어왔을 때 더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기까지 한다는데요!?
이 내용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합니다.
실험 참가자 24명은 깨어있을 때와 자고 있을 때 특정한 소리 정보들에 노출됐습니다. 연구팀은 1분 길이의 연설 내용들을 준비했는데, 일부 내용은 뉴스, 영화, 위키피디아 등에서 가져왔고, 또 다른 일부는 문장 구조는 정상이지만 횡설수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구성된 구절들을 가져왔습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들었을 때의 뇌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정상적인 말과 횡설수설하는 말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시에 들려주고, 뇌전도 뇌파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헤드폰을 이용해 한쪽 귀에는 정상적인 말, 다른 한쪽은 횡설수설하는 말을 들려주었죠.
실험 결과, 컴퓨터 알고리즘은 실험 참가자들이 깨어있을 때는 물론 자고 있을 때도 뇌파 기록으로부터 음성 신호들을 재건했습니다. 즉 자는 동안에도 뇌가 소리를 듣고 처리했다는 의미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횡설수설한 말보다 의미가 있는 말에 대한 음성 신호 재건이 더욱 잘 이뤄졌습니다. 즉, 뇌가 의미 있는 말을 더 잘 감지한다는 뜻이죠.
수면 단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수면 2단계인 얕은 잠을 잘 때는 뇌가 의미 있는 말을 비교적 잘 인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수면 3단계인 깊은 수면에서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요?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에 의하면 자는 동안 바깥소리를 인지한다는 것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는 동안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소리를 통해 이를 감지하고 재빨리 일어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이러한 능력이 형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원 에디터 / ljw316@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