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속 공포...'케모포비아'가 뭐길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아이들이 사용하는 그림물감, 아동용 섬유제품 등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시중에 많이 팔리는 합성가죽 소파에서도 간과 신장을 해치고, 불임 위험을 높이는 유해물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나와 불안에 떨게 했지요. 이른바 ‘케모포비아 (Chemophobia)’가 우리 생활을 덮쳤습니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살충제 계란, 생리대 발암물질, 침대 라돈 검출 등 여러 생필품, 먹거리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한 케모포비아는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1.5명이 '화학물질 공포'

케모포비아는 ‘화학적인’이라는 뜻의 케미컬(Chemical)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일상에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는 물질이지만 인체에 끼치는 유해성으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는 불안 심리를 말하죠. 소비자들은 물품을 살 때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입니다.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조사한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5%가 생활화학제품에 케모포비아를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부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신체증상까지 경험하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 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주의하죠.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편리함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를 위험성보다 크게 작용한 탓일 것입니다.  건강에 해를 끼칠까 불안감은 있지만 당장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증합니다.

#천연 제품 직접 제작하는 노케미족 등장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케미(No-Chemi)족입니다. 노케미족은 단순히 라벨만 확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분과 안전성을 따집니다. 어떤 물질이 위험한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고 합니다.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등을 활용한 천연 세제도 직접 만들어 쓰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노케미족’들이 꼭 피하는 성분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샴푸나 세제 등에 첨가된 폴리에틸렌글라이콜이 대표적입니다. 파라벤과 트라이클로산 등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이러한 케모포비아가 팽배해지면서 정체가 불분명한 식품첨가물과 생활화학용품의 소비는 큰 폭으로 줄고, 친환경, 무독성 등 환경표지를 강조하는 제품의 소비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합성물질은 인체에 위험하고, 천연 물질은 좋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경계해야 합니다.

자칫 천연과 자연만을 강조하다 잘못된 소비 행태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무독성 등이 표기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최근의 ‘그림물감’ 사건은 씁쓸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표기에만 급급한 제품 생산자와 친환경 제품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보는 소비심리가 낳은 잘못된 결과물은 아니었을까요?

사실상 우리 생활에서 화학물질을 완전히 피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케미족이 아닌 이상, 보통 각종 생필품 뒷면까지 꼼꼼하게 따져 보기 힘듭니다. 표시된 여러 성분표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어떤 성분이 위험한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먹거리의 대부분은 화학물질 혼합체입니다.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일이 알 수 없는 현실에선, 케모포비아를 이겨내려는 혹은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기 노력이 중요합니다.

#몸의 자정능력 향상시키세요!

그렇다고 막연한 케모포비아로 특정 먹거리나 생활용품들에 민감하게 반응해 불안을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나쁜 물질을 내보내려는 신체의 자정 기능을 방해합니다. 체내 축적된 화학물질들이 몸 밖으로 잘 배출되도록 생활습관을 바르게 다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과 식습관만으로도 인체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높일 수 있지요.

운동을 할 때는 땀을 배출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동작을 매일 15-30분정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에 있어서는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도록 합니다. 해로운 화학물질들은 지용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성분은 대개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을 통해 배출되는데요.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배출이 잘되게 도울 수 있지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해물질이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몸속 자정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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