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신약 ‘아두카누맙’, 국내 들어오면 보험은 어떻게?
[허윤정의 의료세상] 치매 치료 신약의 접근성 보장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시대를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로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돋보이는 영화로 사랑받은 로빈 윌리엄스는 불행하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 해 개봉한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관람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의 사후 부검 결과에서 그의 우울증과 자살 원인이 루이소체(Lewy Body) 치매라는 것이 알려져 더 놀라웠다. 그의 부인이 로빈 윌리엄스 사망 후 루이소체 치매 투병에 관한 수필을 출간하며 그가 변비, 소변장애, 불면증 등에 수 년 전부터 시달렸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수필의 출간으로 생소했던 루이소체 치매의 일부 증상이 알려졌다. 대다수의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이며, 그 다음이 루이소체 치매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간병 등의 사회적 비용은 약 2400억달러(한화 272조원)로 추정되며 2050년이면 1조1000억달러(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미국 기준 사망자 수는 12만2019명으로 사망 원인 6번째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 유래 사망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혁신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0’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 치매 환자는 2018년 약 75만 명으로 노인인구 10.2%가 치매를 앓고 있다. 2024년 100만 명, 2030년 136만 명, 2040년 220만 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치료비로 2조5000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케어 비용으로 4조원이 들어가는 등 연간 15조3000억 원 투입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세계 치매 인구를 약 5000만 명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지난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돌파하며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인구절벽의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7일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 70세 이상을 노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새로운 노인세대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치매검진과 웰다잉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노인 10명중 8명은 여전히 1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자녀와 따로 사는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 돌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건강검진 수진율)은 2008년 73%에서 2017년 83%, 20년 78%로 최근 다소 낮아졌다. 치매검진 수진율은 2017년 39.6%에서 2020년 42.7%로 증가해 치매검진에 관심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과거 노인들과 달리 자신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치매검진에 대한 높은 관심은 치매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초기 치료로 확대되어 치매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FDA가 6월 7일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이 임상시험에서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기억력 감소에 대한 대증치료제로,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 약은 없었다.
미국 FDA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시험 효능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환자 뇌의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허가를 결정했다. 의료계는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 치료제’라는 점에서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환자들은 이 약을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하며, 드물지만 미세한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바이오젠은 가격을 연간 5만6000달러(약 6230만원)로 책정했다. 이 약이 국내로 들어오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여부 및 약가 협상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치료제를 비롯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45년 약 37% 수준으로 일본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생산가능 연령층의 부양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건강보험 노인의료비는 31.6조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7%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연평균 9.3%씩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절벽의 구조는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치매 치료 신약 개발은 새로운 보장성의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노인의료비 지출 통제를 위해 고가 의료서비스나 과잉진료 등 진료 강도를 높이는 의료 이용 패턴의 규제 필요성을 요구하는 건강보험공단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신약 개발과 건강보험을 통한 접근성 보장은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다. 사회보험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우리 사회의 연대를 기반 삼은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1993년 개봉된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그가 경쾌한 록뮤직에 맞춰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 100년사'에 꼭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에 꼽히기도 했다. 치매 신약이 일찍 개발되었다면 로빈 윌리엄스의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