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습관, 노화 늦추는 이유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명 장수를 누리고 노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이란, 채소 중심 건강한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한 인간관계에 투자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생활습관은 몸에 유익한 것일까.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생활방식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활 방식을 건강하게 바꾼 사람들의 DNA 변화를 측정했더니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 등이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건강한 행동이 실제로 우리 몸의 세포가 잘 기능하도록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노화’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특정한 생활양식 요인들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생활양식 개입이 생물학적 연령의 주요 지표인 DNA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첫 번째 무작위 통제 실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팀의 소규모 시범연구에서 중년 남성 18명이 8주 동안 건강한 생활습관(건강한 식이요법, 수면, 운동 및 이완 지도,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등)을 엄격히 따랐을 때 이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대조군과 비교할 때 약 3년 정도로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3명의 건강한 성인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누었다. 그 중 한 그룹은 8주간 철저한 프로그램에 따랐다. 이들은 하루 7컵의 채소를 비롯해 간과 달걀, 풀을 먹고 자란 육류 등 건강한 동물 단백질을 섭취했다.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 등 좋은 지방을 먹고 단순 탄수화물은 되도록 제한했다. 매일 밤 7시간 이상 자고, 하루에 두 번 호흡 운동을 연습하고, 1주일에 최소 5일 동안 하루 30분 이상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도록 했다.

이같은 생활습관을 따른 그룹은 실험 초기에 비해 마지막의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1.96세 젊어진 반면, 대조군은 평균 1.27세 이상 더 높은 점수를 받아 두 그룹 사이에 3년 차이가 났다.

연구의 제1저자로서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기능성 의학 의사인 카라 피츠제럴드는 “이는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노화는 만성질환의 가장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노화의 생물학적 영향을 조금만 늦출 수 있다면,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예일대 의대 병리학 조교수이자 예일노화연구센터의 모건 레빈 박사도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기 위한 개입의 입증은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이 2003년 유전자 지도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암과 심장병 같은 질병을 야기시키는 단일 유전자를 밝혀내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답은 생각과 달리 복잡했다. 피츠제랄드 박사는 “암과 심장병 그리고 다른 질병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모든 유전자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생활양식과 환경요인에 영향을 받는 후생유전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생활습관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주목하게 됐다. DNA는 메틸 그룹으로 알려진 분자를 사용해 유전자 발현형식을 변화시킨다. DNA 메틸화는 세포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이다. DNA 가닥에서 메틸 그룹을 제거하면 그 유전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메틸 그룹을 추가하면 비활성화한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염증이나 암과 연결된 유전자가 비활성화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연구팀은 “식습관, 운동, 수면 같은 생활습관이 DNA메틸화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이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화되는 징후를 보이는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타고난 유전자를 바꿀 수 없어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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