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응급실에서 겪어보니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벌써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아니지만, 선별진료소가 있고 정식으로 허가한 격리실이 존재하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터라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사례를 경험했고 행운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런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독특한 임상 특징에 기인했다. 이전에 유행한 메르스나 사스와 비교하면 치사율은 현저히 낮지만 2009년에 대유행한 신종플루에 견줄 만한 높은 감염력을 지녔고 또 신종플루와 비교하면 치사율이 훨씬 높은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은 신종플루, 메르스, 사스뿐만 아니라 평범한 감기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물론 후각과 미각이 둔해지는 점은 다소 독특하지만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기침, 가래, 인후통 같은 증상은 적어도 초기에는 코로나19를 다른 평범하고 사소한 바이러스 질환과 구분하기 힘들게 만든다. 또 아예 그런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전형적이지 않은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병원 입구에서 단순히 발열을 측정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작성한 설문지를 참고하여 선별진료소 혹은 격리실에서 진료할 사람과 일반구역에서 진료할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에는 지나치게 성성한 그물처럼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기침, 가래, 인후통 같은 증상은 없고 단순히 기력저하(general weakness)를 호소하는 환자가 코로나19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있었다. 조금만 운이 없거나 해당 의료진이 약간만 부주의했다면 원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다음에는 신속항원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속항원검사는 3~6시간이 걸리는 PCR검사와 비교하여 20~30분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장점이 있으지만 민감도(sensitivity)가 낮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짧게 설명하면 신속항원검사는 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라고 오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환자를 환자가 아니라고 진단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겠다'며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언론, 몇몇 전문가가 꾸준히 신속항원검사를 옹호해서 임상현장에서도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 해당하는 환자가 입원할 때, 코로나19 여부를 선별하려고 신속항원검사를 사용했었다. 이때 음성으로 판명하여 입원을 결정한 환자가 PCR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돼 부랴부랴 입원을 중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으로는 선별진료소에서 시행한 PCR검사에서 분명히 음성을 확인했지만 발열과 기침이 계속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흉부 CT를 시행하니 바이러스성 폐렴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재차 시행한 PCR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되어 만약 선별진료소에서 처음 시행한 PCR검사를 순전히 믿었다면 악몽이 발생할 뻔한 사건도 경험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마주한 의료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몇몇 방역수칙에 경직하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않는 경우'에도 훌륭하게 대처하는 것임을 깨닫았다. 씁쓸하게도 실제로 병원의 방역수칙은 한층 경직되고 행정편의로 흘렀다. 응급실과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를 의사가 세심하게 관찰하여 선별진료소나 격리실에 수용할 사람과 일반구역에서 진료할 사람을 구분해야 하지만 병원은 단순히 37.5도인 '발열의 기준'을 37.3도로 낮추는 것으로 대응했다(36.5~37.5가 정상체온이다.)
사회의 다른 부분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교훈을 긍정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적 편의를 쫓아 새로운 수칙을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을 듯하다. 누구나 예기치 않은 시련을 겪을 수도, 잘못할 수도, 실패할 수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실패하거나 잘못한 뒤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향후 문제의 열쇠를 제공하는 직원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기 보다는 포상을 한다.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병을 맞아 오류와 실패 경험을 축적, 미래를 대비하는 자산으로 삼고 있는가, 흠결은 가급적 덮고 행정 편의적 대응책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후자가 아니기를 두손모아 빌 따름이다.
코로나19와 싸우고 계신 의료진과, 일선 현장으로 달려와주신 모든 공무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착용해야만 하는 보호장구의 답답함도, 격리대상자 분들과 소통하고 용품을 전달해주시는 노력도, 확산을 막기 위해 역학조사에 쏟으시는 노력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긴 시간 너무너무 고생하고 계시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벌써 코로나가 발생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네요. 1년 내내 응급실이나 선별진료소 등 고생하시는 의료진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