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74호 (2021-05-24일자)

밥 딜런, 굴곡 위에 개성을 꽃피운 음유시인

존 바에즈와 공연 중인 밥 딜런(사진 출처=위키피디아)

1941년 오늘(5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덜루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로버트 알렌 짐머만이 태어납니다. 훗날 난해한 가사와 독특한 음조의 노래들로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쳐, 2016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찬사와 함께 팝 역사에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었습니다.

밥 딜런은 석유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병으로 퇴사하는 바람에 외가 친척이 사는 히빙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곳에서 또 다시 이사를 했는데, 새 집에 남아있던 행크 윌리엄스의 레코드음반을 듣고 음악에 빠집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라디오의 심야방송을 듣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고 하지요.

딜런의 삶도 실패와 굴곡을 거칩니다. 고교 때부터 밴드를 조직하고 음악세계에 들어서 저항문화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지만 오토바이 사고를 내고 은둔생활을 하기도 했고,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해 《타임》과 《뉴스위크》 등의 주간지에서 커버스토리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음악 방향도 계속 바꾸었지요. 1965년 7월 25일 미국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에서 통기타 대신에 전기기타를 들고 연주를 했다가 대다수 평론가들로부터 “포크 음악의 순수성을 훼손했다.” “음악의 문학성을 버리고 상업과 타협했다”는 혹평을 듣습니다. 그러나 딜런이 공연 직후 발매한 ‘Like A Rolling Stone’은 미국 캐시박스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2010년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곡 500곡’ 중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비난을 무릅쓰고 포크 록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이지요.

딜런은 노벨상 선정 소식 후 한동안 미디어에 얼굴을 보이지 않아서, 온갖 억측을 낳았지요.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던 장 폴 사르트르의 길을 간다는 말도 있었지요. 시상식에도 선약이 있다며 불참해서, 주 스웨덴 미국대사가 수상 소감을 대독했는데, 딜런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달에 설 확률 정도로 낮다고 생각했다"며 예상치 못한 영광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딜런은 노벨상 수상 강연 대신에, 녹음 파일을 한림원에 보냈습니다. 그는 음악적으로는 로큰롤의 선구자 버디 홀리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뒤, 학교 문법시간에서 읽은 ‘돈키호테,’ ‘아이반호,’ ‘로빈슨 크루스,’ ‘걸리버 여행기,’ ‘두 도시 이야기’ 등의 책을 통해 삶을 생각하는 방식,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판단 하는 기준들을 배웠다고 덧붙입니다. 또 ‘모비 딕,’ ‘서부전선 이상 없다,’ ‘오디세이아’ 등의 문학작품에서 받은 영향이 훗날 노래에 투영됐다고 말합니다.

딜런은 어렸을 때부터 평범한 것을 싫어했고, 음악도 또래들이 열광하던 것과 다른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언젠가 밥 딜런이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에 나가면 탈락하기 쉽다는 글을 썼었는데, 그의 노래도 이전의 기준으로 보면 명곡과는 거리가 멀 겁니다. 실제로 제가 어렸을 때 주위에 딜런의 노래를 들려주면 콧방귀를 뀌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딜런 같은 이가 대가가 될 수 있을까요? 계량화된 획일 교육, 열정을 잃어버린 교사,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고 문학과 예술이 공간을 차지하지 못하는 학교에서 열린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겠지요.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일탈에 대해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 사회문화에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개성 넘치는 천재가 굴곡을 이겨내기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단정과 증오의 큰 목소리보다 잘 들려지 않아서 그렇지, 이성과 관용의 목소리가 적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쉽게 판단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점을 포용하고 누군가의 장점과 가능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겠지요? 우리 사회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시나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겠죠?


[핫 닥터] 환자를 가족처럼... 귀 수술 ‘젊은 대가’

 

이번 주 핫 닥터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키가 가장 큰 문일준 교수(44)입니다. 192㎝의 키에 어울리지 않게(?) 세심하게 환자의 귀뿐 아니라 마음을 보살피는 의사입니다. 문 교수는 인공달팽이수술에서 국내 최다 수준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내시경귀수술에서는 독보적입니다. 닥터 쇼핑을 하는 환자 보호자의 마음까지 헤아려, 다른 의사에게 갈 때에도 최선을 다해서 진료기록을 챙겨주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문일준 교수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오늘은 밥 딜런의 노래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포크 록의 세상을 여는데 큰 역할을 한 ‘Like a Rolling Stone’입니다. ‘Sad-eyed Lady of the Lowlands’와 ‘A Hard Rain's A Gonna Fall’ 이어집니다.

  • Like a Rolling Stone  [듣기]
  • Sad-eyed Lady of the Lowlands   [듣기]
  • Hard Rain's A Gonna Fall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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