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심장, 갑자기 멈출 수 있다?
[김성환의 맥박이야기] 돌연심장사의 원인과 예방법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아무런 증상이나 이상 증후가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도 해당한다. 뇌졸중, 대동맥 파열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돌연사 원인은 ‘갑작스런 심장의 정지(Cardiac arrest)’이고, 이를 돌연심장사(Sudden cardiac death)라고 한다.
돌연사를 일으키는 거의 모든 원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심장에서 시작되는데, 더 구체적으로 돌연심장사의 직접 원인은 심실세동, 심실빈맥과 같은 치명적 심실성 부정맥이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고르지 않은 상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이 중에서도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은 즉각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이런 위중한 심실성 부정맥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심근경색증이다.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심실성 부정맥으로 사망한다. 병원 이외의 곳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심정지는 국내에서만 1년에 무려 3만 명에게서 생긴다. 병원에서의 심정지 환자 수를 더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돌연심장사를 겪는다는 결론이다.
돌연심장사의 원인
심실세동, 심실빈맥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은 심장 기능이 비정상인 경우와 정상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심장 기능이 비정상인 경우는 대부분 심장초음파 및 심근경색증 검사로 알아낼 수 있다. 이들 병이 없고 심장 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도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이 발생할 수 있는데, 흡사 정상 기능을 가지고 있는 펌프가 전기 합선으로 인해 멈춰버리는 것과 같다. 평소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표적 질환으로서는 브루가다 증후군, 긴 QT 증후군, 특발성 심실세동 등이 있다.
돌연심장사 예방을 위해선 어떻게?
돌연심장사를 완전히 예방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돌연심장사의 ‘원인’을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돌연심장사를 일으키는 심실세동 및 심실빈맥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근경색증이다. 따라서, 평소에 심근경색증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운동하면 흉통이 발생하고, 쉬면 호전되는 것’이다. 가벼운 운동에서도 가슴이 심하게 아프다면 위중한 상태일 수 있다. 심근경색증이 아니라, 심근증이나 심부전 등 심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운동 시 호흡곤란, 다리가 붓는 증상 등이 나올 수 있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 고혈압, 흡연,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더욱 의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돌연심장사의 ‘전조 증상’을 생각하는 것이다. 돌연심장사를 겪는 환자의 일부는 이전에 실신을 경험한다. 심정지가 발생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곧 회복했다가 나중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신을 경험했다면 이것이 혹시 돌연심장사의 전조증상은 아닌 지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실신을 경험하는 환자의 거의 대부분은 ‘사망’과는 상관이 없는 ‘신경매개성 실신(≒미주신경성 실신)’이다. 혼잡스러운 곳, 화장실, 목욕탕 등의 특징적인 발생 장소가 있고, 서있거나, 일어설 때 발생한다. 실신 발생 전에 구역질, 복통 등의 전조 증상이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시적인 심정지로 인한 실신을 의심해야 한다. 전조 증상이 없고, 앉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심정지가 아주 짧다면 실신까지 발생하지 않고, 어지럼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증상이 있을 때 맥박을 재본다면 큰 도움이 된다. 보통 맥박은 ‘규칙적’으로, 10초 동안 10~15회 정도 뛰는 것이 정상이다. 불규칙하거나, 매우 느리거나, 매우 빠르다면 ‘부정맥’ 의 가능성이 높다. 부정맥이 의심되면 곧바로 순환기내과 또는 심장내과의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괜찮겠지 하다가 심장이 발작하면, 이미 때는 늦게될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해 3만 명에서 생기는 심정지가 당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