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이산화질소', 뇌질환 유발 가능 (연구)
- 서울, 주요 대도시 중 세 번째로 이산화질소 배출 심각
- 이산화질소, 파킨슨병과 연관...미세먼지·오존 등은 무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질소가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가스나 화력발전소 연료가 연소될 때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이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인 100만 명 표본 코호트 자료(2002년~2015년)를 바탕으로 서울에 계속 거주해왔으며 파킨슨병 발병 이력이 없는 40세 이상 성인 8만여 명을 추렸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노출과 파킨슨병 신규 발생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많은 상위 25% 성인은 하위 25% 성인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41%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산화질소는 내연기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의 대기 중에 많이 섞여 있다. 서울은 세계 80개 주요 대도시 중 이산화탄소 대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세 번째로 높은 도시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런던, 시카고 등 선진국 대도시보다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최대 2배 정도 높다.
이 대기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파킨슨병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발병 이력이 없고 2002~2006년 5년간 서울에 거주한 40세 이상 성인 7만 8830명(평균 54.4세, 여성 52.1%)을 추려, 2007~2015년까지 이들의 대기오염 노출과 신규 파킨슨병 발생을 추적했다.
개인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하는 25개 자치구의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대상 대기오염물질은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총 6가지였다.
분석 기간 중 서울시 내에서 다른 구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에는 해당 구의 대기오염 노출 수치를 새로 반영했으며, 서울시 밖으로 이주했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추적을 종료했다.
연구 결과 추적 기간 동안 파킨슨병을 새롭게 진단 받은 사람은 총 338명이었다. 연령과 성별, 각종 질병 값 등을 보정한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많은 상위 25% 성인은 하위 25% 성인 대비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1.4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 외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는 파킨슨병 발생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 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기전을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우선 코로 흡입된 이산화질소는 콧속 후각신경에 독성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파킨슨병의 비운동 증상인 후각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로는 체내로 유입된 이산화질소가 염증인자인 인터루킨-1베타(IL-1beta), 인터루킨-6(IL-6), 인터루킨-8(IL-8), 종양괴사인자-알파(TNF-alpha) 등을 증가시키고 뇌염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는 뇌로 전달된 이산화질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이미 잘 알려진 병리소견이다.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지금까지 대부분 북미와 유럽 국가에서 시행돼왔다. 이번 연구는 이들 국가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내 기반으로 대기오염과 파킨슨병 발생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간하는 신경학분야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18일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이달의 저널(Article of the Month)'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