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보여준 “인생 황금기는 60~75세” [김용의 헬스앤]
102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라고 강조한다. 65세부터 노년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김형석 교수는 “60, 70세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했다. 지적 성장, 즉 두뇌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늙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김형석 교수의 ‘60~75세 인생 황금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스카의 여인’ 윤여정 효과도 있다. 그는 74세의 나이에 절정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미 60-70세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윤여정은 “(대사 암기 등)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말한다. 88세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 이순재도 “대사를 자꾸 까먹어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면 바로 은퇴”라고 강조한다.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정치-경제 등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기초연금 지급 시기부터 시작해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 축소까지, 다양한 논란이 분출될 수 있다.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높여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은 청년실업이라는 큰 장벽에 막혀 있다.
이런 이슈들을 뒤로 하고 ‘65세=노인’이라는 등식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65세 노인연령 기준은 평균수명이 67세일 때나, 현재 83세(기대여명)에 근접해 있을 때나 똑 같다. 요즘은 신체 나이로만 보면 65세는 중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중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음식 조절, 운동을 생활화하면서 중년의 얼굴을 한 60대 후반도 많다.
문제는 치매다.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최근 10년간 70대 이상 치매 환자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11.3%나 된다. 매년 갈수록 늘고 있다. 육체는 튼튼한데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 치매에 걸리면 오히려 육체의 건강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치매만은 꼭 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인정된 치매 예방법은 운동과 두뇌활동이다. 나이 들었다고 몸을 덜 움직이고 새로운 지식을 피하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요즘은 그냥 장수보다는 건강수명(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매를 오래 앓으면 장수의 의미가 없다. 치매 예방을 위해 퇴직 후에도 두뇌활동을 하며 몸을 움직여야 한다. 유명인들처럼 돈까지 벌면 좋지만, 건강수명만 유지해도 경제적으로 큰 보탬이 된다. 우선 자식들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순재, 윤여정 같은 현역 배우들은 끊임없이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서 늘 새로운 연기 동작을 익히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뇌의 활력을 얻고 있을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매일 한 시간쯤 산책하며 그날 쓸 원고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현역’이고, 현역 못지않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멀리만 느껴졌던 90세,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됐다. 갱년기에 접어드는 50대는 이제 ‘청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아니, 건강하게 보내야 한다. ‘60~75세 인생 황금기’를 그냥 흘려보낼 순 없다. 윤여정처럼 현역이 아니더라도 현역처럼 움직여야 신체-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배우가 대사를 외우듯이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국어 공부는 치매 예방법으로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변화가 싫은 나이지만, 변화가 뇌를 활성화하는데 효과를 낸다.
노배우들은 젊은 배우 앞에서 대사 까먹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중년 배우들이 대사 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외우고, 또 외운다. 60~75세 인생 황금기를 누리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