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피치', 다양한 감정표현이 투자유치에 유리(연구)
얼마 전 스타트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피치(pitch)가 등장했다. 피치란, 자금 유치를 위해 회사와 제품 등을 짧은 시간에 명료하게 소개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트업 CEO에게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치는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잠재적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피치를 할 때 긍정적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행복, 분노, 두려움 같은 다양한 표정을 활용하는 것이 투자유치에 더 성공적인 결실을 가져왔다.
이전 연구와 기업가 대상 조언을 살펴보면 대체로 행복하고 긍정적인 태도에 초점을 맞췄으나 워싱턴대 연구팀은 다르게 접근했다. 행복, 분노, 두려움, 슬픔 등 각 감정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논문의 수석저자인 벤 워닉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투자권유 활동을 할 때 다양한 감정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환한 표정만 짓기 보다 어느 순간 다른 감정을 표현하면 발표자가 그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어설프게 감정을 표현하면 불성실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적절한 균형이 핵심이다. 이 연구는 ‘비즈니스 벤처링' 저널에 실렸다.
연구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약 500건의 피치 비디오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얼굴표정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각 비디오에서 행복 분노 두려움 슬픔 등 4가지 감정에 대한 발표자의 표정을 코드화했다. 피치마다 각 감정을 표현하는 비율을 측정했다. 이후 연구팀은 기업가들이 명시된 모금 목표를 달성했는지, 총 모금액은 얼마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여했는지 등 세 가지 척도로 피치의 궁극적 성공여부를 판단했다.
연구에 의하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은 행복,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사람들이다.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유일한 감정은 슬픔이었다.
연구팀은 질적인 분석을 통해 다수의 성공한 기업가들이 피치의 각기 다른 대목에서 다른 감정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많은 기업가들은 자기 소개를 마치면 자신의 팀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를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어 결단력이나 자신들이 다루고자 하는 이슈를 말할 때는 ‘분노’의 표현이 등장한다. 장애물 즉 그들이 감수한 위험과 자원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할 때면 ‘두려움’의 감정을 섞어 전달한다.
이와 달리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기업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아무리 설득력있게 말해도 투자 유치활동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결같이 ‘행복’한 표정만 고집한 기업인들도 비슷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피치에서 감정을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과유불급을 기억해야 한다. 워닉 교수는 “행복, 분노, 두려움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금 지원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 중 하나를 과도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투자 유치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