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트라우마', 극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팬데믹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사람들에게 '트라우마형 고통'을 안긴다고 말한다. 치유하는데 생각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직업을 잃었고, 또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며,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등이 심해진 사람들도 있다. 인종 차별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회적 고립감으로 고독감을 느끼는 경우도 늘었다.
심지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봉쇄 조치와 자가 격리,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백신의 본격적인 접종으로 희망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에게 투약되고 감염력이 약해진다 해도, 정신적 치유까지 완성하는 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트라우마'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신건강 카운슬러인 에이미 서버스 박사는 건강, 재정적 안정, 가족과의 교류 등을 잃는 것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전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팬데믹 기간 트라우마가 될 법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치유를 위한 시간 역시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어려운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충분한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면,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을 제대로 치유할 수 없다.
스트레스 반응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촉발되면, 면역력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신체적 증상이 촉발되기도 하므로, 정신 건강이 위협 받고 있다는 시그널을 방치하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
이는 '임상 심리 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실린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연구팀의 논문에서 확인된다.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지난 2014년,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빠른 속도의 전염력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일상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적 손상의 정도가 커졌다.
코로나19 감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계속 업데이트돼야 하지만, 이제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신 건강에 미칠 문제도 해결해나가야 할 때란 의미다.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JAMA Psychiatry)에 실린 2019년 논문에 의하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 중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순조롭게 그 과정을 극복해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과 건강한 식사, 필요에 따라서는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트라우마의 치유 과정도 함께 해야, 우리가 고대하는 건강한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