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지구촌 어르신들에게 요즘같이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또 있을까. 때가 때인만큼 손주 재롱을 즐기는 것도 친구 만나러 바깥 나들이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쓸쓸한 노년의 일상이 더욱 고적해 졌다.
이럴 때 설상가상 마음의 병이 찾아올 수 있다. 우울증은 나이 들수록 흔히 생길 수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 노인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 그 증상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탓이다.
지난해 미국 진사이트 정신건강모니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중 61%가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약 3분의 1은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태도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치료 가능한 병을 방치하고 있다.
‘하버드헬스퍼블리싱’에 의하면 특히 노인들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버드대 부속 맥린병원 노인 정신과 의사인 캐롤라인 베이더 박사는 “노인 우울증은 흔하고 치료 가능한 문제”라며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해서 침묵 속에서 고통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삶의 변화와 마주하기
노인들은 우울증도 나이와 더불어 겪어야 하는 또 다른 건강 문제로 간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베이더 박사는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노화의 정상적인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만, 나이든 남성이 더 취약할 수 있다. 생계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에너지, 목적, 정체성을 일에서 찾았던 남성들은 은퇴 후 자아감각을 잃기 쉽다. 엄청난 변화로 생긴 빈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무의미함과 절망감에 빠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자신의 증상을 인식하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다. 베이더 박사에 의하면 친구들과 가족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진찰을 통해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고 이같은 치료를 선호한다.
우울증의 신호들
최소 2주에 걸쳐 거의 날마다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다.
좋아했던 활동에서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것, 지속적으로 슬프거나 공허한 기분, 권태와 무관심 증가, 피로감 또는 에너지 부족, 불안감이나 짜증, 불면증 혹은 침대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절망감이나 비관적인 감정, 집중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어려움, 의도하지 않은 체중 증가 혹은 체중감소 등이다.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스스로 시도해볼 방법도 있다. 먼저,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일상에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면 일반적인 증상을 떨쳐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우선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등 작은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목적의식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 마음챙김과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히거나 온라인 대화치료를 해보는 것도 긍정적 경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