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으로 스트레스?…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득!
흡연의 폐해보다 금연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더 해롭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담배를 끊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옹색한 주장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졌다. 금연을 하면 단 몇 주 이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 연구에 의하면 담배를 끊는 사람들은 정신 건강상 문제가 있든 없든 장기적으로 기분이 악화되는 일을 경험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감 감소와 우울증 개선과 같은 정신 건강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총 16만 9500여명 참여한 102건의 관찰 연구를 검토한 결과에서 내린 결론이다. 영국 베스대 옥스포드대 등과 미국 뉴욕대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 리뷰는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실렸다.
해마다 흡연은 전 세계에서 8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흡연을 예방할 수 있는 질병, 빈곤, 죽음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한 이유다. 흡연율은 지난 50년 동안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8년 기준 미국의 흡연률은 19.7%로 감소했다. 문제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이들의 흡연률은 높은 수치(36.7%)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등 정신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정신 건강 전문가 중 40~45%는 금연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으면 사회적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초기 금연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짜증때문에 관계가 나빠지거나, 흡연을 사회 생활을 원활하게 이어주는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이 리뷰의 제1저자인 베스 대학 젬마 테일러 박사는 “흡연자들은 기분이 우울하다고 느낄 때 담배가 필요한 의지처라고 믿지만, 실제로 흡연이 기분을 더 악화시킨다고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담배를 끊는다고 해서 그 증세가 악화될 것이라는 증거가 없었다는 점. 정신 건강 증세가 악화될 것을 두려워하여 금연을 겁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고무적인 결과다.
또한 6주 이상 담배를 끊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의 증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끊은 지 불과 몇 주만에 정신적 사회적 웰빙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금연에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담배의 주요 활성 성분인 니코틴은 잠시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 연기를 들이마실 때 니코틴이 뇌에 도달하는 데 약 10~20초가 걸린다. 뇌에 가면 니코틴은 도파민의 방출을 자극한다. 도파민은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 집중력과 기분을 좋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담배를 피면 거의 즉각적인 편안함을 주는 것.
단, 니코틴의 긍정적 효과는 빠르게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면 금단 증상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금단현상을 피하려면 또 다시 담배를 피워야 한다. 이런 악순환이 니코틴 중독을 촉진한다.
이번 리뷰를 통해 금연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악화시키지 않으며, 정신건강에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 담배를 끊는 일, 지금 당장 더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