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5가지 단계(연구)

[사진=pepifoto/gettyimagebank]
전 세계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흔히 워라밸을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성취의 대상’처럼 여긴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이는 그릇된 생각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1회성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 조정이 요구되는 ‘평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BBC온라인판에 의하면 지난해 이 연구를 진행한 프랑스 에섹 경영대학 이오아나 루푸와 영국 로햄튼 대학 마야라 루이즈-카스트로 연구원은 일과 삶의 균형이 ‘성취가 아닌 순환’임을 강조한다. 이들은 런던 소재 두 회사에서 30세에서 50세 사이 중간급 이상 간부로 일하는 80명을 인터뷰했다. 응답자의 남녀 비율은 반반, 적어도 한 명의 부양 자녀가 있었다.

이들 중 남성 약 30%, 여성 약 50%가 장시간 노동에 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응답자들은 성공적인 직장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해 장시간 일을 받아들였다.

연구팀이 장시간 노동을 거부한 이들을 살펴본 결과, 워라밸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놀랄 만큼 유사했다. 이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성찰’, 즉 자기 인식이라는 이름아래 가정에 대해 숙고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사용했고, 정기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찾아내 조정하는 단계를 거쳤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5가지 단계로 압축된다.

첫 단계로 '나는 프로이니까 일, 일, 일을 해야한다’와 같은 신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 '현재 무엇이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둘째, 원인을 파악한 뒤 이때문에 생긴 감정에 관심을 집중했다. 지금 느끼는 것이 분노 혹은 슬픔 아니면 에너지인지 등을.

셋째, ‘장시간 일 하는 것이 가족과의 시간을 줄일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선순위를 다시 정했다. 넷째, 대안을 생각했다. 새로운 우선 순위를 실천하기 위해 직장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는가를 고려했다. 다섯째, 변화를 실천했다. 그들은 상사에게 유연근무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자신앞에 닥친 프로젝트라고 해서 전부 떠맡지 않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러한 5단계를 거치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개인적인 삶과 직업적인 삶이 더 조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워라밸 실현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에린 켈리 교수(업무 및 조직 연구)는 기업과 관리자들이 직원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켈리 교수와 필리스 모엔의 공저인 ‘오버로드’에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실려있다. 이 연구는 직무 재설계를 거친 시스템에서 일한 그룹과 기존 시스템에서 일한 그룹 등 2그룹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직무 재설계를 통해 직원들의 워라밸 유지와 번아웃 방지를 위해 많은 조치가 취해졌다. 예를 들어, 관리자들은 확실하게 직원들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정기적으로 받았고, 직원들은 아침 9시 회의를 취소하는 등의 변화를 직접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은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에게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명분으로 실행됐다.

당연하게도, 직무재설계 그룹의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번아웃이 적게 나타났고,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도 더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향후 4년 동안, 예전 시스템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40%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켈리 교수에 의하면 워라밸을 개인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관리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직에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직장이 워라밸이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면 개인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발상의 전환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워라밸을 논하는 것을 ‘특혜’라고 생각하는 것. 팬데믹으로 전세계적으로 2억5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AI가 발전하고 사무실이 디지털화되면 향후 10년 안에 더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수백만 명 사람들에게 일은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일의 소중함 역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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