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는 것’보다 ‘듣는 것’에 더 반응 (연구)
아이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을 통해 감정을 더 잘 파악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세 전후부터는 청각 자극보다 시각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 이른바 ‘콜라비타 효과(Colavita effect)’와는 반대된 결과다.
영국 더럼대학교 심리학과 패디 로스 박사팀은 기존에 확인된 ‘콜라비타 효과’가 어린아이들이 감정을 인식해야 하는 더 복잡한 상황에서도 유효한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지원자를 나이 기준으로 7세 이하, 8세 이상 11세 이하, 18세 이상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실시했다.
시각자극으로는 지원자들에게 얼굴이 흐릿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고, 청각자극으로는 행복, 두려움, 슬픔,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런 다음 △시각자극과 청각자극을 각각 따로 △시각과 청각 자극이 모두 일치하는 조합 △시각과 청각 자극이 각각 반대되는 조합으로 지원자에게 제시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가장 주요한 감정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 결과 시각자극과 청각자극을 조합해서 제시했을 때 18세 이상의 성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근거로 감정을 파악하는 반면, 어린 아이들은 귀로 듣는 청각 자극에서 감정을 압도적으로 우선시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각자극과 청각자극을 각각 제시했을 경우 모든 연령 그룹이 90%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두 자극을 조합한 후 시각자극은 무시하고 목소리로 감정을 알아보라고 했을 경우에도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무시하고 신체자극으로 판단하도록 했을 때에는, 어른에게 시각자극과 청각자극이 일치하지 않는 조합을 제시했을 경우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때 아이들은 확률치보다도 한참 낮은 점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단순히 추측한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을 무시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시각보다는 청각으로 감정을 선택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로스 박사는 “연구 결과 어린 아이들은 감정을 파악할 때 듣는 것에 과도하게 의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최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이 무엇을 듣고 이해하는지 고려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활용하여 어떻게 온라인 학습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적용해 볼 수 있으며, 자폐증 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감정을 인지하고 파악하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 박사는 현재 얼굴 표정을 보여주었을 때나, 유사한 감정을 사람 목소리로 전달하는 음악으로 대체했을 때에도 아이들이 듣는 것으로 감정을 파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아동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