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정서적 방임, 다음세대 아이 뇌 발달에 영향...
어렸을 때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공포반응과 불안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린 시절 경험은 신경계와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정서적 영향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에모리대학교 심리학과 카산드라 헨드릭스 박사팀은 엄마와 유아 48 쌍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연구를 진행했다. 엄마는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나 방치 등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고, 임신 중 스트레스 수치와 불안, 우울증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출산 한 달 후, 휴지 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을 이용하여 아기들의 뇌를 스캔했다. 이 방법은 비침습적 검사로 아기가 잠든 동안 시행할 수 있다.
연구진은 두려운 감정을 처리하는 핵심인 편도체와 전전두엽 피질 및 전대상피질 사이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전전두엽 피질과 전대상피질 모두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릴 때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편도체와 두 피질 영역 사이가 기능적으로 더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엄마의 현재 스트레스 수준을 조절한 후 관찰한 결과, 엄마가 어릴 적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이 더 많을수록 아기의 편도체가 전두 피질 영역에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거나 방치가 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두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강해지지는 않았다.
이는 신체적 학대나 방치보다 정서적 방치가 뇌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어린 시절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이 뇌 구조나 가능에 있어서 다음 세대에까지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암시한다.
헨드릭스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뇌의 두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강해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생후 1개월 아기에게 발견되는 이러한 신경계의 특징은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일 수도 있고, 아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회복력을 촉진하는 보상 메커니즘일 수도 있다.
다만 둘 중 어느 경우이던 엄마가 정서적으로 방치된 경험은 아기의 신경계에도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아기가 거의 태어날 때부터 환경으로부터 오는 위협을 더 쉽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어린 시절부터 정서적으로 돌봄을 받는 것이 당사자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핸드릭스 박사는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추적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어린 시절 정서적 방치를 경험한 엄마에게 태어난 아이들의 뇌 기능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가 감정적, 사회적 발달 측면에서 기능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생물학적 정신의학: 인지신경과학 및 뇌영상(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