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 있을 때 창의적인 이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있는 작은 커피숍은 커피 맛이 아니라 ‘해리 포터의 탄생지’로 유명한 곳이다. 작가 조안 롤링이 이곳을 작업실 삼아 ‘해리 포터’를 집필했기 때문이다.
조안 롤링만이 아니다. 화가 피카소,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 등도 카페에서 탁월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고립된 작업실을 벗어나 굳이 대중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즐겨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BBC 온라인판에 의하면 그것은 커피숍에서 보다 창의적으로 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음 그리고 사람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커피숍에서 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집에서 ‘나홀로’ 일하듯, 카페에서 고립된 상태로 일 하는 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속내는 다르다.
커피숍이 사무실이나 집과는 다른 방식으로 창의성을 촉발시키는 것은 장소에서 오는 자극이 크기 때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음, 사람들, 시각적 다양성의 조합이 적당한 관심 분산을 유발해 커피숍을 효과적인 작업환경으로 만들어준다.
배경 소음이 창조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2012년 ‘소비자 연구’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카페테리아와 같은 장소에서 낮은 수준의 주변 소음은 창의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약간 주의가 산만해지는 정도라면 추상적 사고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물론 소음이 심한 곳은 피해야 한다.
2019년 ‘비선형 공명’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사람마다 딱 좋은 소음 수준은 다르지만, 배경소음의 자극이 의사결정 개선에 도움을 줬다. 이를 ‘커피숍 효과’라고 하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 가벼운 대화, 바리스타의 작업소음 등이 작업능률에 기여하는 셈이다.
커피숍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도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2016년 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참가자들에게 나란히 컴퓨터앞에 앉아 한 화면에서 작업하도록 요청했는데 ‘업무에 열중한 사람 옆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원의 순기 리 교수는 “이는 운동을 위해 체육관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라고 설명한다. 커피숍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촉진 효과이다. 그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하는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남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시각적 다양성
커피숍의 또 다른 효과는 시각적 자극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매일 같은 의자에 앉아 사방의 벽을 바라본다는 것. 커피숍의 경우 눈에 보이는 자극이 훨씬 다양하다. 매번 다른 커피숍을 찾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카페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주위에서 여전히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햇빛이 바뀌고, 커피와 음식의 향기가 느껴진다. 우리는 이같은 미세한 자극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주변의 이러한 활동은 두뇌가 집에서와 달리 작동하도록 만들어준다.
♦︎업무공간을 친근한 분위기로
일하는 공간이 어떻게 꾸며지는가는 창의적인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융합형 창의적 사고라고 부른다. 따라서 카페의 친근한 환경은,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연대감을 형성하는 업무그룹에게도 효과적이다. 커피숍의 청각적 및 시각적 자극이 딱딱한 회의실에 비해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공간을 친근한 분위기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 버팔로 대학의 캠퍼스 계획 담당 이사인 켈리 헤이스 맥앨로니씨는 “대학 캠퍼스도 커피숍의 요소들을 설계에 반영해 사람들을 모으고 협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10년 넘게 진행되는 트렌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