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세상 바꾸는 '자비로운 종신 독재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53호 (2020-12-28일자)
재미있어 일하는 '리눅스 혁명' 리더
1969년 오늘(12월28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언론인이었던 아버지는 노벨상을 두 번 받았고, 말년에는 ‘비타민C 건강법’을 주창한 미국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의 이름을 따서 아들에게 리누스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이 아기, 리누스 토르발스는 11살 때 통계학 교수였던 외할아버지가 장만한 PC 코모도르 VIC-20을 보고 PC에 빠집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은 늘 PC와 지냈기 때문에 하루 두 번 파스타만 주면 돼 키우기 참 편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리누스는 1988년 헬싱키 대학교에 입학했고 중간에 11개월 군복무한 것 외에는 ‘좋아하는 것=공부’였습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테코놀로지 대학교에서 리처드 스톨만의 강의를 듣고 프로그램의 공유에 대해서 감명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의 386 PC를 유닉스 OS로 운영하고 싶었지만, 그럴 돈이 없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앤디 타넨바움 교수가 개발한 유닉스 계 오픈 소스 ‘미닉스’를 다운로드받아서 개선합니다. 그리고 ‘리누스의 미닉스’란 뜻으로 ‘리눅스’란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공개합니다. 석사 학위도 리눅스에 대해서 씁니다. 이 리눅스는 개발자들의 참고서이자 교실이 됐지요.
리누스는 대학원 조교 때 컴퓨터 입문 실습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 15명에게 이메일을 자신에게 보내라는 과제를 냅니다. 14명은 수업 관련해서 질문을 보냈지만, 한 명은 당돌하게도 데이트를 신청합니다. 리누스는 토브 네이 모이의 신청에 흔쾌히 응합니다. 토브는 핀란드 가라테 선수권대회를 6번 제패한 맹렬 여성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컴퓨터를 뒤로 하고 사랑에 빠진 것을 ‘자연의 기적’이라고 했다네요. 리누스와 토브는 3년 뒤 첫 딸을 낳습니다.
아시다시피 ‘리눅스 혁명’은 인류의 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리눅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 OS 안드로이드이지요. 세계 슈퍼 컴퓨터의 94%, 서버 85%, 주요 증권시장 플랫폼의 80%에 리눅스가 쓰이고 있으며, 금융자동화기기 의료장비 스마트그리드 분야 등 리눅스 사용 분야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리누스는 2012년 밀레니엄 테크놀로지 상을 받는데, 이 상은 2004년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에게 첫 수상한 이래 격년마다 세계의 창의적 과학자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입니다.
리누스는 ‘자비로운 종신 독재자(Benevolent dictator for life·BDFL)’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BDFL은 1995년 쉽고 직관적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을 개발한 귀도 반 로섬에게 첫 칭호가 부여된 이래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하면서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천재들에게 영예가 주어졌지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프로그램 언어 ‘루비’의 창시자 마츠모토 유키히로와 이 언어 기반의 OS ‘루비 온 레일스’를 만든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에르 한손 등의 개발자와 오픈 소스 운동을 이끌고 있는 리처드 스톨만 등이 독재자입니다. 귀도 반 로섬은 2018년 언어 표현식의 기능 추가 문제로 커뮤니티의 일부로부터 공격받자 BDFL에서 사임했고요. 어쨌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개발한 것들을 공개하는 것은 돈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하기 힘든 멋진 일이 아닐까요?
리누스는 열심히 일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이유가 ‘그냥 재미있어서(Just for Fun)’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그의 자서전 이름도 《리눅스 그냥 재미로》이지요.
한 해의 마지막 주,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재미있는 일,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나,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나? 혹시 자녀나 주위 사람에게도 재미없게 살도록 강요나 충고하는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 베닥]전립선암 로봇수술 지침 만드는 의사
전립선암 분야 베스트닥터로는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최영득 교수(61)가 선정됐습니다. 최 교수는 처음에는 로봇수술에 회의적이었지만, 장점을 받아들여 로봇수술 5000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맹종하기 보다는 환자의 예후에 따라 수술법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매일 새벽3시반에 병원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진료,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음악
건강편지에서 이 노래를 소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와 씨름하다보니 벌써 한 해가 흘러갔네요. 첫 곡은 시셀의 ‘Auld lang syne’입니다. 1937년 오늘 세상을 떠난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이어집니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니가 연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