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응급실에서는 날마다...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하얀 머리카락은 흐트러졌다, 가슴에 부착한 자동심장압박기(Automatic cardiac compressor)의 움직임에 따라 들썩일 뿐. 환자의 팔과 다리는 힘없이 늘어졌다. 환자의 몸에서 생명의 힘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급히 N95마스크와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두 겹의 수술 장갑에 손가락이 둔탁한 것을 느끼면서 후두경을 들고 환자의 머리맡에 섰다. 무릎을 꿇어 높이를 맞추고는 후두경을 환자의 입에 밀어 넣었다. 혀를 들어 올리고 후두개를 젖히자 성대(Vocal cord) 사이에 기관(Trachea)이 나타났다. 심장압박을 멈추지 않아 조금씩 흔들리는 기관에 긴 플라스틱 관(기관내관, Endotracheal tube)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입 주변에 기관내관을 고정하자 간호사가 암부백(Ambu-bag)을 이용하여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기관내관을 삽입할 때부터 많은 양의 가래를 확인했다. 흡인기(Suction catheter)를 사용해서 제거해도 곧 기관내관에 누렇고 뻑뻑한 액체가 고였다.

구급대의 연락에는 단순히 '요양기관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정보만 있을 뿐, 발열이나 호흡곤란 같은 내용은 없었다.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은 아니어야 할 텐데….

다행히 우리는 처음부터 N95 마스크와 페이스실드, 두 겹의 수술 장갑 같은 기본적인 보호구를 착용했다. 폐렴은 요양기관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 또는 패혈증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폐렴이 생기면 코로나19 탓일 수도 있으니...

안타깝게도 환자는 30분에 걸친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흉부 엑스레이(X-ray)에서 심한 폐렴을 확인했다.

평소라면 고인의 가족에게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사망하셨습니다,” “사망의 원인은 폐렴으로 인한 병사로 추정합니다” 같은 말을 건네고 영안실로 옮기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응급실의 절차를 완전히 바꾸었다. 환자가 오기 전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를 이송한다'는 연락이 와서, 예방차원에서 다른 응급실 환자를 피신시켰고, 의료진은 4종 보호구를 착용했지만 만약 폐렴의 원인이 코로나19라면 응급실 내부 공간이 오염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는 영안실을 거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아울러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최근 거주한 요양기관이나 거쳐 간 병원도 집단감염의 가능성이 있어 비상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응급실을 폐쇄하고 고인을 격리실로 옮긴 다음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음성임이 확인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6시간 동안 최악의 경우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한편으로는 환자가 숨졌는데도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의사로서 부끄럽고 참담했다.

며칠 전 우리 응급실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악화하면서 모든 응급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전국 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뿐 아니라 병원의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분들도 지쳐가고 있다. 또 원내감염이 발생하지 않는지, 진료 중에 노출돼 감염되면 어떡하나 같은 걱정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의료진과 병원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도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할 수밖에 없는 택배노동자, 청소노동자, 경찰 같은 분들이 있으며 식당, 카페, 실내운동시설, 학원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생계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또 그런 직종이 아니어도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니 잠깐이라도 주장과 이념을 내려 두고, 각자 입장을 떠나 함께 위로하고 연대할 수는 없을까? 상대가 나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용납할 수 없는 가치관을 지녔더라도 이번 대유행이 끝날 때까지는 서로 따뜻한 손을 내밀 수는 없을까? 우리 모두가 이 암울한 시대의 아픈 환자들 아닌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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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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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2021-01-09 05:50:42 삭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 감염병이면 당연히 공기관리가 기본인데 전문가 조차도 환기가 안되는 곳은 가지말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입니다 . 공기관리의 어떤것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한다는 것을 얘기해주어야할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환기시설이 상부급기 상부배기 방식으로 공기의 흐름 자체가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상부급기 하부 배기 방식의 클린룸 형태로 바꾸어 주어야만 올바른 공기 관리가 됩니다. 지금의 위험시설에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환기가 안되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환기 방식이 문제입니다. 자연환기를 한다고 하면 창문쪽의 확진자와 안쪽의 일반인과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감염병인데 뉴딜이나 그린 뉴딜에 공기관리가 빠져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공기관리 대책을 세워야할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CXyhoZjl8&t=120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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