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정부 발표 믿어도 되나요?”
[이성주 칼럼] 정부의 ‘희망고문’과 신뢰성의 위기
“화이자와 모더나가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다. 조급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게닝(협상)을 하고 있다. 더욱 다행인 것은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생산 자체를 국내에서 하기 때문에 보다 유리하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다.” -11월 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인구의 88%에 해당하는 4400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계약이 체결돼있고, 화이자 및 모더나와는 법적 효력이 있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모더나는 구매 확약서를 받아 확약하기로 돼있고, 12월에 계약 체결하기로 해 협상 진행 중이다.” -12월8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 국무회의 브리핑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재정적인 부담이 추가되더라도,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여유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12월9일 문재인 대통령, 국가위기관리센터 회의
“백신 보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1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이르면 다음 주 정도에 존슨앤존슨-얀센과는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며 화이자(와의) 계약서도 현재 최종 검토하는, 법률 검토를 하는 단계다. 내년 1월까지 모더나와 계약 체결을 추진하겠다.” -12월 18일,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브리핑
“올해까지 예방접종 계획을 세우고 내년 11월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 -18일,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 백신과 관련, 정부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 방역은 우리가 명확히 경험한 대로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정부가 그 바탕이 될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8일 박능후 장관의 브리핑 이후 상당수 언론은 문제가 해결된 양 환호의 보도를 쏟아냈다. 수많은 이들은 관련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담으며 기뻐했지만 대부분의 방역 전문가들과 글을 아는 사람, 즉 식자(識字)들은 한숨을 내쉬거나, 혀를 차거나, 분노했다. 8일 브리핑 자료를 톺아보면 확정된 것이 거의 없이 미사여구로 포장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희망사항 일색이었고,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과연 특정시기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지만, 이 계약도 정확한 구매 시기와 방법을 밝히지 않은 것이 꺼림칙하다. 우리가 계약 우선순위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지 않다면, 이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을 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고, 승인을 못 받고 우리가 먼저 접종을 하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딜레마에 처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의 행간을 보면 정부가 러시아 백신을 도입하려는 것 같은데, 모든 게 베일에 가려있으니….
세계 전체를 보면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을 확보해서 올 겨울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경제 사회적 격차는 커질 것이다. 우리가 설령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확보해도 1000만 명 분량인데다가, 정부의 백신 확보 시기가 발표 때마다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치니까 ‘백신 디바이드(Vaccine Divide)’의 음지에 놓일 우려가 점점 가시화되는 듯해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 정부는 친화적 언론들과 무력한 야당 덕분에 아직 그럭저럭 넘어가고 있지만, 해외 언론들을 보면, 후자에 속하는 나라들은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왜 화이자나 모더나와 계약을 못했는가”에 대한 뭇매를 맞고 있다. 왜 우리는 백신 후발국이 될 위기에 처했을까?
첫째, 많은 전문가들은 중장기 플랜이 없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대구경북에서 1차 유행이 있고난 뒤, 전문가들은 중장기 플랜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라고 요청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순간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였고 백신 확보도, 겨울철 대유행 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둘째, 방역당국이 백신이 내년 상반기에나 나오고, 하반기 본격 접종될 것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학자 그룹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또 전령RNA 백신의 신속성과 유용성을 간과한 측면도 있는데, 이는 스스로 ‘자문 전문가 그룹’을 좁힌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공무원의 보신주의가 심화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 초부터 공무원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적폐’로 몰리기 십상이므로, 적당히 잘 하자”는 풍조가 퍼진 것도 관계있을 것이다. 지난 3, 4월부터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유통 파트너가 백신 선 구매를 건의했지만 묵살당한 것은 이런 보신주의와 무관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건당국이 주로 ‘관리의 갑’ 위치에 있어왔기에 민간 기업의 건의를 경청하지 않은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만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법에는 백신 선구매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면책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 백신이 없어서 글로벌 제약사에 구걸하다시피 했고, 녹십자에서 2500만개를 만들어 접종했지만 백신이 남았다고 공무원이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미국은 2001년 탄저균 테러 때 ‘바이오 실드 법’을 만들어 진단치료제의 선구매와 면책조항을 넣었고, 대다수 선진국들이 이를 참고삼아 자국 법을 보완했지만 우리는 눈앞에 대유행이 예견되는데도 보완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지시를 하거나 국회에서 법을 보완해줘야 공무원이 움직이는데 우리 정치권에는 미래 백신 문제에 신경쓸만한 두뇌가 없지 않은가? 정부여당뿐 아니라 1차 유행 때 “전임 정부 때 구축한 시스템이 잘 구현되도록 협조하며, 필요하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선언조차 못해 여대야소를 자초한 야당도 마찬가지다. 비록 강기윤 의원이 나중에 백신 예산 확보에 크게 기여했지만, 선제적으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미흡했다.
조금 더 따져 보면, 위 세 가지 원인도 결국 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해외 각국이 자국 방역에 참고로 삼을 정도로 선방했다. 정부의 추진력이 성공을 이끈 측면이 분명 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팬데믹에 대비해 방역 시스템을 구비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는 신종 플루와 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피해를 겪으며 시스템을 정비했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국민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협력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정치가 스며들었고, 정치적 성과로 마무리된 측면이 있다. 방역 실무자와 대구경북의 의료진은 극심한 피로 속에서 온갖 계통의 상황실에 현황을 보고해야만 했다. 병원을 통째로 내놓은 동산병원이나 일정 병상을 내놓은 민간병원, 자원봉사 의료진의 희생 덕분에 기적이 가능했지만, 결국 K방역의 성과는 정치권으로 흘러갔다. 이토록 힘을 얻은 정치권이 중장기 플랜보다 눈앞의 여론에 관심을 기울이면, 조연이 돼버린 방역 실무자들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방역은 100% 완전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방역의 정답을 찾아서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인지 우리 모두 경험했다. 모든 나라가 크고 작은 실패를 겪었다. 국민의 자연스러운 면역을 지향하려다 치명적 희생을 낸 스웨덴처럼 크게 오판할 수도 있다. 백신 확보전에서 뒤쳐진 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방역의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발표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칼자루를 쥐게 된 화이자나 모더나 경영진이 복지부 장관의 발표문들을 보고받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면 낯이 뜨거워질 정도다.
“거짓말은 눈사람 같아서 오래 굴리면 그만큼 커진다”는 제인 로터의 명언처럼 변명이 변명을 낳는 것이 되풀이되면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억지나 여론전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하고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현 상황을 솔직하고 정확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방역 전문가들과 경제인, 전 정부의 인적 네트워크까지 최대한 활용, 거국적 외교적 노력을 해야 위기를 벗어날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야당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거나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병상 확보를 비롯한 대유행 대비를 주장했을 때 “문제가 없다,” “지금 하고 있다”고 했다가, 지금 의료시스템 붕괴의 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앞에서 쩔쩔 매는 일이 백신 문제에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아슬아슬 견뎠던 방역의 벽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 감염병이면 당연히 공기관리가 기본인데 전문가 조차도 환기가 안되는 곳은 가지말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입니다 . 공기관리의 어떤것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한다는 것을 얘기해주어야할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환기시설이 상부급기 상부배기 방식으로 공기의 흐름 자체가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상부급기 하부 배기 방식의 클린룸 형태로 바꾸어 주어야만 올바른 공기 관리가 됩니다. 지금의 위험시설에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환기가 안되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환기 방식이 문제입니다. 자연환기를 한다고 하면 창문쪽의 확진자와 안쪽의 일반인과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감염병인데 뉴딜이나 그린 뉴딜에 공기관리가 빠져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공기관리 대책을 세워야할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CXyhoZjl8&t=1201s
국민들의 노력을 자기들의 업적으로 빼앗고 거짓말과 위선으로 일관하면서 무능하기까지한 현정권을 규탄하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