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영양소는 육즙에...‘국내산’, ‘냉장육’ 따지는 이유
돼지고기는 구하기 쉽고, 가격 면에서도 친근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내산 돼지고기 대신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내건 수입산 돼지고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미국산 블랙엉거스 등의 소비가 늘어난 것.
하지만 저품질 수입산 돼지고기를 이베리코로 둔갑시킨 사건, 그리고 수입고기는 냉동육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등으로 인해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면 국내산 돼지고기가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수입산 돼지고기는 아무리 질이 좋아도, 수입 과정에서 육즙 손실이 발생한다. 육즙 손실은 곧 영양소 손실을 의미한다. 돼지고기의 육즙 손실이 의미하는 바와 우리가 잘 몰랐던 한돈(국산 돼지고기)의 품종과 특징을 알아본다.
◆ 국산 식재료의 ‘신선함’...육류에 ‘이력’도 부여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국 농축산식품 소비량이 늘고 있는데 이는 팬데믹 국면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신선한 식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신토불이’ 정신은 도움이 된다.
그동안 몰랐던 각 지역의 특산품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나주산 배, 통영산 굴처럼 지역과 식재료를 연결해 기억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냉장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10일 이내에 식탁에 올라 신선도가 높다. 이는 육즙과 영양 손실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육류를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국산 냉장육, 육즙 손실 적어...영양·풍미 좋아
육즙은 외부 조건 등의 영향으로 고기 밖으로 유출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돼지고기의 맛이 떨어질 수 있다. 고기를 냉동했다가 해동할 때 특히 그 손실이 크다. 돼지고기의 근육조직과 수분은 어는점이 달라, 해동할 때 육즙이 분리된다. 수분이 육류 표면에 얼어 있다가 녹아내리는 드립현상으로 육즙이 손실되면 단백질, 비타민, 무기물 등의 영양적 손실이 발생하고, 맛도 떨어지게 된다. 오랜 시간 냉동 보관했다 꺼내먹는 고기의 퍽퍽한 식감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계명문화대학교 식품영양조리학부 이성호 교수는 “수입 육류는 일반적으로 냉동상태로 유통돼 해동과정을 거쳐 조리된다”며 “냉동육은 영하 18℃ 이하의 냉동 상태에서 세포 안팎의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얼음 부피가 팽창하며 세포조직과 막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해동 및 조리과정에서 육즙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육즙에는 영양분과 맛을 낼 수 있는 각종 성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양분 손실, 맛 저하, 고기 식감 변화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지에서 아무리 최고로 치는 육류라 해도, 긴 냉동 과정을 거쳐 수입된 육류는 최상의 영양 및 맛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일부에서는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급속 동결 및 해동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냉동 과정 없이 신선하게 식탁에 오르는 국내산 냉장육에 비하면 싱싱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품종도 다양...풍미 깊은 ‘토종 흑돼지’, BTS도 찾은 ‘얼룩돼지’
국내산 프리미엄급 한돈 품종으로는 토종 흑돼지에 미국산 듀록 돼지를 교배해 만든 ‘재래 돼지고기’가 있다. 독특한 육향과 풍미를 자랑해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토치를 이용해 스테이크로 조리한다. 전국에 300 마리밖에 없는 교배종이기 때문에 귀한 식재료로 통한다.
흑돼지인 영국 버크셔 종과 기존 하얀 돼지 품종을 국내 기술로 교배해 탄생한 ‘얼룩돼지’도 있다. 얼룩돼지는 국내 한돈 중 0.3%에 불과한 귀한 품종이다. 얼룩돼지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맑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굽는 과정에서 수분 배출이 적어 육즙을 잘 가두고, 영양 손실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얼룩돼지는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자주 찾는다고 알려지면서 ‘K-돼지’로도 불린다.
최근에도 국산 돼지고기 업계는 토종 흑돼지 수를 늘려, 고영양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