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골절 여성, 가정 폭력 피해 의심해야 (연구)
팔의 특정 부위에 골절상을 입은 성인 여성의 상당수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가 되는 골절 부위는 자뼈(척골). 팔꿈치 아래쪽 두 갈래 뼈 가운데 새끼손가락 쪽인데, 얼굴에 타격이 가해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려 막으면 상해를 입을 수 있는 부위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자뼈 골절을 경찰이 봉으로 범죄자를 내리칠 때 생기는 골절이라 하여 '야경봉 골절(nightstick fracture)'이라 일컫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보스턴 브리검 여성 병원 영상의학과 바르티 쿠라나 박사는 "자뼈 골절은 대부분 남성이 입는 부상이어서 여성 환자는 드물다"면서 "최근에 와서야 여성들의 자뼈 골절이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intimate partner)의 폭력과 관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쿠라나 박사는 6개 병원에서 수집한 18~50세 사이 여성 자뼈 골절 환자 62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중 12명은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 때문에 입은 골절상임이 확인됐고, 8명은 같은 상황으로 추정됐다. 분석 대상의 거의 1/3에 이른다.
연구진은 X선 사진 등을 토대로 골절의 위치와 양상을 살핀 결과, 뼈가 부러졌음에도 제자리에서 벗어난 정도가 매우 미약한 비전위 골절은 막대기 등 물체를 휘두른 폭력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쿠라나 박사는 "가정 폭력 신고를 꺼리는 일부 여성들은 자뼈 골절상을 넘어진 탓이라고 둘러대겠지만, 그 경우 자뼈보다는 엄지 쪽 노뼈(요골)가 부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말했다. 그는 "자뼈가 부러졌는데 넘어져서 그렇다고 답하는 여성은 가정 폭력 피해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과 무관한 나머지 여성 환자들은 자동차 사고이거나, 스키를 타다가 나무에 부딪힌 경우 등이었다.
연구진은 "영상의학으로 가정폭력의 단서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은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일찍 발견할수록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낼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29일 열린 북미 영상의학회 연차 회의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