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뛰었는데 팔이 아프다니!
운동 중 부상은 대개 종목에 따라 그 부위가 다르다. 하체를 많이 쓰는 운동은 다리를, 상체를 많이 쓴다면 어깨나 팔을 다치기 쉽다.
그러나 마라톤을 했는데 팔이 아프다면? 생애 첫 마라톤 완주 후 팔 부상으로 고생한 24세 남성의 사연을 예일 대학교 의대 리사 샌더스 교수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2017년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청년은 왼팔이 조금 묵직하게 느껴졌다. 병원에 갔더니 이부프로펜 계열 소염진통제를 처방했다. 그저 근육통이려니 했다. 문제는 헬스클럽에서 발생했다. 평소처럼 25파운드(11kg)짜리 아령을 들다가 왼팔에서 찌릿 통증을 느꼈다. 이튿날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정형외과 의사를 만났더니 물리치료를 권했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재활치료사를 찾았더니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보라고 조언했다. 신경과 전문의는 근전도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정상. 상체의 왼편과 오른편 근력을 비교하는 검사도 받았다. 좌우 근력은 비슷하게 측정됐다.
검사 결과를 살펴본 신경과 전문의는 고심 끝에 청년에게 희한한 주문을 했다. 엄지손가락 마지막 마디를 굽혔다 펴보라는 것. 오른손은 멀쩡했으나, 왼손은 그게 불가능했다. 진단이 나왔다. 그 이름도 거창한 파르소니지-터너 증후군이었다. 목에서 팔로 진행하는 상완 신경총이 손상된 것. 첫 증상은 찌릿한 통증이지만 그다음엔 관련 부위에 힘을 주지 못하는 무기력증으로 이어진다. 그냥 두면 낫기도 하지만 심하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파르소니지-터너 증후군은 한 세기도 더 전에 독일 의사가 보고했고, 그 명칭은 영국 의사 둘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동안 매우 드문 병으로 여겼으나, 몇 년 전 연구에 따르면 생각보다 흔하게 발병하지만,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 그래서 적절한 치료가 행해지지 않는 질환으로 밝혀졌다.
청년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았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원상회복했다. 이 병의 원인은 주로 외상이고, 종종 감염이나 수술 후유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청년은 자신의 마라톤 훈련법이 잘못돼 상처를 입은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졌다. 고민 끝에 그는 마라톤 대신 자전거 타기에 매진했다. 그러나 그게 마라톤 탓인지, 헬스클럽에서 했던 다른 운동 탓인지 알 수는 노릇. 평소 달리기를 사랑했던 청년은 달리기로부터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한 셈이라고 샌더스 교수는 후일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