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 판도와 대한민국의 치유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46호 (2020-11-09일자)

분열의 정치에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치유의 시기(A Time to Heal)!’

미국 언론들이 통합과 치유를 헤드라인으로 뽑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이 제46대 대통령으로 확실시되자 당선유력자와 언론들이 화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투표율에서 50.6% 이상을 기록할 듯해 도널드 트럼프를 2.9~3% 정도 앞서고, 선거인단 표로는 306표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와 반 트럼프 대결 성격이 강했는데, 극단적 진보주의자인 조 요르겐센이 1.2%를 득표한 것도 눈길이 가네요. 바이든은 대체로 유색인종, 여성, 젊은층, 고학력자들에게서 지지율이 더 높았습니다.

지역으로는 뉴잉글랜드 지역과 태평양과 맞물린 지역에서 압승했고 북부 공업지역, 중서부의 콜로라도와 뉴멕시코, 남부 조지아 주 등에서 이겼습니다.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메릴랜드·버지니아·델라웨어 등에서도 바이든이 승리했지요.

개표 초기 트럼프가 경합 주에서 앞서갈 때 우리 언론들은 트럼프 재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전의 여론조사를 비판했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개표가 느리게 진행되던,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바이든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인구 기준 10대 도시에서 모두 바이든이 이겼습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확보한 텍사스 주의 휴스턴, 댈러스, 샌안토니오 등에서도 바이든 표가 더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미국의 정신적 수도’ 필라델피아, 조지아 주에서는 애틀랜타에서 바이든이 압승했습니다. 네바다 주에서는 15곳 중 13개 지역에서 트럼프가 이겼지만, 라스베이거스와 레노 등에서 몰표가 나오면서 바이든이 선거인단을 확보했습니다.

대도시는 유색인종이 많이 살고, 전통적 기독교 가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높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피해가 커서 바이든 표가 더 많이 나온 듯합니다. 반면, 교외와 농촌 지역은 교회를 중심으로 백인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하는 경향이 커서 공화당 세가 강하고, 집끼리의 거리가 먼 지역 성격상 코로나19 피해가 적었지요.

바이든이 압승한 뉴잉글랜드는 좁게는 매사추세츠·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버몬트·메인·뉴햄프셔 주의 6주, 넓게는 뉴욕·뉴저지 주까지 포함해서 8주를 가리킵니다. 미국이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명문 대학들이 포진해 있고 경제수준이 높지요.

1620년 오늘(11월 9일)은 미국의 토대를 닦은 사람들이 이 뉴잉글랜드에 도착한 날입니다. 영국 성공회의 박해를 받던 청교도 분리주의자들을 중심으로 102명이 두 달 넘게 대서양을 항해해 매사추세츠 주 플리머스 식민지 앞바다에 도착했지요. 배에서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태어나서 출발 인원을 유지한 이들은 지금 ‘순례시조(Pilgrim Fathers)’로 불립니다.

순례시조는 청교도 정신과 개척, 모험심으로 세계 최강국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자신들을 도와준 미국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와서 지금 두 세력으로 분열된 미국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인터넷 미디어를 보면 미국 대통령 선거인데 우리도 분리돼 있는 듯해서 먹먹합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거짓 뉴스’가 횡행합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주로 본다는 점에서 이성적으로 사고하기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정치세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요. 한편으로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며 심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받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따라서 세상을 보기 보다는, 겸허하게 세상의 진실을 찾고, 이에 따라 어떤 것을 믿는 것은 정말 힘들까요? 그러면 갈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마음이 건강해질 듯한데….


[오늘의 음악]

오늘(11월9일)은 독일에서 ‘운명의 날’로 불립니다. 1918년 오늘 빌헬름 2세가 쫓겨나고 독일 공화국이 선포됐고 1923년 히틀러의 폭동이 진압됐습니다. 1938년 오늘은 나치가 유대인 상점과 종교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한 ‘깨진 수정의 밤’이 일어났고 1989년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죠. 독일 음악 두 곡 준비했습니다.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한 백건우가 연주하는, 슈만의 ‘Traumerei(꿈)’입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노래한, 스콜피언스의 ‘Wind Of Change’ 이어집니다.

  • Traumerei - 백건우 [듣기]
  • Wind Of Change - 스콜피온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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