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정치화…“믿을 만한 정보가 없어요”

[사진=mladn61/gettyimagesbank]
코로나19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대중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과학기자이자 예일대 출신 심리학 박사인 시리 카펜터 미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전염병의 정치화가 공공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카펜터 회장은 5일 ‘2020 과학기자대회’에서 언론이 코로나19의 기원과 감염 경로, 치명률, 치료법, 백신 개발 등에 관한 여러 공중보건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정치적이거나 당파적인 행위로 오인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자와 연방기구들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정치화되면서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펜터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염병 사태를 정치화하고, 과학전문가들의 입을 막아 기자들이 전통적으로 기대온 전문적 소스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음모론이 퍼지는 것도 목도했다”며 “이 또한 미국 대통령과 그 대리인, 주변인들이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한 예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 판매를 승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형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능이 없다는 결과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승인을 내렸다는 것.

카펜터 회장은 코로나19 시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데이터를 이용한 이야기 전달이라고도 설명했다. 숫자들을 의미 있는 텍스트로 바꾸어 전달하라는 것. 매일 사람들은 신규 확진자 수, 확진율, 입원비율, 사망자 수 등 여러 숫자 정보들에 압도되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데 그치지 않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신뢰할 수 있거나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언론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즉, 숫자를 통해 읽을 수 없는 ‘오늘 나가서 산책해도 되나?’, ‘딸이 집에 오면 안아줘도 될까?’와 같은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가 있다. 미국 잡지인 ‘디 애틀랜틱’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전미에서 수집하고 표준화한 데이터를 텍스트로 바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등장한 지 1년여 만에 전 세계 5000여만 명을 감염시켰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이와 관련한 무수한 정보들도 쏟아지고 있다. 때로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불필요하게 많은 주의를 불러일으켜 논점을 흐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대중은 쏟아지는 정보에 신뢰를 잃고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따라서 언론은 프리프린트 논문이나 동료심사를 통과하지 않는 논문들에 대한 보도에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한다. 또한, 카펜터 회장은 ‘불확실성’ 역시 과학의 일부분이라는 점, 과학적 정보도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대중들에게 함께 이해시키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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