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 병용치료만 잘하면 되는데...

[사진=KatarzynaBialasiewicz/gettyimagesbank]
희귀질환의 하나인 '폐동맥 고혈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15~60명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진단이 쉽지 않다. 충남대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만성피로, 부종, 호흡 곤란,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빈혈 등으로 오인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도 진단까지 평균 2.5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폐동맥 고혈압으로 치료 중인 환자는 약 1500명이지만, 조기 진단의 어려움으로 실질적으로는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숨겨진 환자가 4000~6000명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를 시작한 이후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일본, 미국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생존율이 매우 떨어진다. 박재형 교수는 "일본의 3년 생존율은 96%인 반면 국내는 55%에 불과하다. 5년 생존율도 일본은 74%, 우리나라는 46%"라며 "건강보험 적용기준이 중증도에 맞춰져 있어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 병용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정에 맞는 표준진료지침이 절실한 상황. 이에 최근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가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연세대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잘 치료하면 생존율이 90%를 넘어설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성적을 얻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심장학회, 호흡기학회 두 곳이 주관해 진료지침 제작을 완료했다. 곧 12곳의 전문가 단체 검수도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의 목적은 고위험도나 중간 위험도를 저위험도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약물 병용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는 보험기준이 까다로워 여러 우수한 치료 약제들이 국내에 도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용 치료로 인한 삭감으로 약제를 보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지침은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하며, 2제 치료 3~6개월 후에도 환자가 저위험 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실시해야 한다는 권고 내용을 보험체계에 반영했다.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자들이 간신히 입원만 피할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숨이 차 계단 1~2층도 오르기 힘든 환자가 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애매모호한 환자 관리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이번 지침 발간의 목적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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