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백색 소음, 숙면에 도움보다 방해(연구)
백색 소음 관련 앱이 인기다. 잠자리에서 빗소리 같은 자연 음향, 또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같은 저주파 기계음을 듣다 보면 단잠을 자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백색 소음은 숙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백색 소음과 수면의 관계를 다룬 논문 38편을 분석했다. 우선 백색 소음이 숙면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어디서 나오는지 살폈다. 근거는 첫째, 백색 소음이 옆집이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짜증스러운’ 소리를 덮어준다는 것. 둘째, 매일 밤 같은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다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소리에 반응해 잠들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백색 소음이 잠드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예가 있긴 했지만, 증거가 미약했다. 또 백색 소음이 수면을 돕기보다는 방해한다는 논문도 한 편 존재했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머사이어스 바스너 교수는 “백색 소음을 들려주는 앱들에는 그저 장점이 없는 게 아니라 해악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그렇듯 귀도 밤에는 쉬어야 한다. 그런데 백색 소음이 계속 들려오면 ‘내일’을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밤샘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각 시스템에 무리가 가게 된다는 것.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콜린 에스피 교수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바스너 교수 팀의 결론에 동의했다. “깊게 자는 데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라는 것. “백색 소음은 거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크리스티안 카조헨 교수도 마찬가지. 단 그는 “백색 소음이 다른 소음을 덮는 기능을 생각하면, 시끄러운 대낮에 자야 하는 야간 근무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첨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Noise as a sleep aid: A systematic review)는 '수면 의학 리뷰(Sleep Medicine Reviews)'가 싣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