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코로나19 회복한 것일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41호 (2020-10-12일자)
코로나19, 트럼프, 0.01% 한반도 위기
어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75건의 연구결과를 검토했더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입원하거나 집중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건강 체중인 사람에 비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께 읽었던, 미국 건강 미디어 ‘STAT’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과체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와 관련한 7가지 의문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지난 1일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서 다음날 확진됐고 월터 리드 국군병원에 입원했다가 5일 퇴원했습니다. 어제는 백악관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간이 유세’를 했고 12일부터 본격 유세를 한다고 합니다.
‘스탯’의 보도를 요약하면, ①백악관은 트럼프의 체온, 산소 포화도, 폐 사진 등을 알리지 않았는데 정말 상태가 어느 정도였나? ②목요일 밤에 양성으로 진단받았는데, 언제 마지막 음성이었나? ③과체중인 74세여서 위험군에 속하는 대통령이 회복됐다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 ④정말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나? 대부분의 사람은 감염 5일 뒤 증세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지난달 26일 에이미 코니 배렛 연방대법관 임명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데, 목요일에 증세가 나타났다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나? 어떻게 하루 만에 산소 포화도가 떨어졌나? ⑤고위험군에 있는 환자는 좋아졌다고 느꼈다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데, 완치를 장담할 수 있나? ⑥CDC는 10일 간의 격리를 권장하고, 증세가 심한 환자는 최대 30일까지 격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그 원칙을 포기할 것인가? ⑦대통령의 행동이 팬데믹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바꿀 것인가? 등입니다.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트럼프 주치의를 비판하고 있지요. 주치의 숀 콘리는 10일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이 치료과정을 모두 마쳤고 곧 공식일정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콘리는 필라델피아 의대에서 다른 나라에선 대체의학으로 분류되지만 미국에선 의료에 포함돼 있는 ‘정골의학’을 전공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의료부대에서 근무하다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그는 5월 트럼프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극찬한 것을 비롯, 여러 비의학적 주장을 하는데 자문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직 트럼프가 완치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최근 만났던 한 의사는 “트럼프가 투약받은 스테로이드제제 덱사메타손 때문에 잠시 좋아졌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상적으로 중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투약하면 몸이 좋아졌다고 느끼지만 곧 나빠지곤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트럼프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와 함께 덱사메타손을 투약 받았는데,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느냐”고 질문하자 “리제네론 약을 먹었다. 경이로운 약”이라며 말을 돌렸지요.
트럼프가 정치적 야망을 위해 과학적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어서 은근히 두렵습니다. 국내 언론에서 자주 보도된 것처럼 미국의 보수 군사 전략가들 증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무기를 개발하는 순간, 북한을 초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요. 트럼프가 선거에서 불리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한을 공습한다면,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벌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게다가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경기부양과 관련한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오락가락한 것에 대해 코로나19의 부작용으로 판단력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지요. 그저께 북한의 한밤중 열병식 때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 운운한 것이 미국의 만일의 공격에 대한 방어막으로 대한민국을 볼모로 삼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옥생각일까요? 안보는 0.01%의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라는데, 정부도 여러 각도로 대비하고 있겠지요?
마침 오늘은 우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처음 알렸다가 고초를 겪었고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돼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기일이네요. 코로나,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되지만, 어쩐지 두렵네요, 충분히 위험할 수도 있는데, 너무 조용해서일까요? 아니면,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가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류)’가 아니라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을 날마다 확인시켜주고 있어서일까요?
[오늘의 음악]
1935년 오늘 태어난 ‘20세기 성악의 대명사’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Caruso’ 준비했습니다.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입니다. 둘째 곡은 1997년 오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존 덴버의 ‘Sunshine on My Shoulder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