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내내 피곤"...피로는 우울증의 흔한 증상
추석 연휴도 어느새 절반가량 지났다. 긴 연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우울증이 원인일 수 있다.
자녀와 손주의 방문을 기대했던 사람도, 풍성한 한가위 분위기를 기대했던 사람도, 예년처럼 즐기지 못한 '코로나 시대'의 추석 연휴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와 경제적 상황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건강 이슈지만, 이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슬프거나 절망적인 기분 상태가 유지될 것 같지만, 사실 그보다 다양한 기분상태와 증상을 보이게 된다. 여러 증상 중 특히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피로'다.
미국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나딘 캐슬로우 교수는 미국언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피로는 주요우울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90%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피로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거나 점심시간 깜빡 조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비교적 간단한 일을 수행할 때도 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은 정신적 수고가 든다는 것.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 시스템이 이를 조절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HPA 축의 기능이 망가지고, 수면 트러블이나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수면과 우울증은 이처럼 같은 메커니즘으로 촉발되기 때문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실제로 우울증 환자 중 다수가 불면증 등의 수면 문제와 피로를 호소한다.
약물 부작용도 잠과 피로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은 피로 증상을 개선하기도 하지만, 일부 약물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킨다.
우울감으로 흥미가 줄어든 것도 피로감이 커지는 이유다. 예전에는 좋아했던 취미활동 등에 흥미를 잃으면서 무기력하고 피로한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추석 연휴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우울했다면, 피로감이 더욱 가중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정신건강, 수면패턴, 피로도 등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러한 현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우울증과 그로 인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지속될 때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당장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우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약물요법 없이 대화요법만을 통해서도 증상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개선되지 않을 땐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지속되는 피로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을지 상담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