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 ‘혈관성형술’ 받는 투석환자 증가…혈관생명 단축될 수도
만성신장(콩팥)병이 악화돼 신장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신대체요법인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중 한 가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대체요법 중 가장 많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혈액투석 환자수는 2018년 9만901명으로 2014년 대비 22.8% 증가했고, 진료비는 2조6340억원으로 45.5% 늘어났다.
만성신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게 되면 혈액투석기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보내줄 수 있도록 동맥과 정맥을 이어 ‘동정맥루’라고 하는 굵은 혈관을 만들게 된다. 혈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인조혈관’을 이용해 투석혈관을 조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석혈관은 투석환자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주 3회씩 투석을 받아 1년에 약 300회 주사바늘에 노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혈관에 협착이 생기거나 혈전증 등으로 투석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혈관상태가 좋지 않고 만성 염증에 노출돼 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 경우 투석효율의 저하는 물론 투석 자체를 못 받게 되기 때문에 혈관 협착이나 혈전증은 투석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투석혈관에 협착증이 발생하면 풍선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혈관성형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투석혈관이 망가져 혈관성형술을 받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3달에 한번 꼴로 혈관성형술을 반복적으로 받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최선령 교수는 “모든 약에는 좋은 효과와 부작용이 따르듯 혈관성형술도 예외는 아니다”며 “잦은 혈관성형술은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내막비후 등의 합병증을 가속화시켜 오히려 투석혈관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투석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 역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기능 이상을 동반하거나 미용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투석혈관에 동맥류가 발달한 부위의 피부가 얇아져서 광택이 생긴다면 급성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투석혈관센터장인 흉부외과 이재진 교수는 “투석혈관수술은 단순하게 동맥과 정맥 또는 인조혈관을 이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번의 수술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투석혈관을 만드는 것이 환자의 장기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