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훈계 받을 세대 아냐" 전공의 무기한 파업 돌입

[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오른쪽)과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이 19일 간담회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복지부 제공]
오늘(21일)부터 전공의들의 무기한 업무중단이 시작된다. 정부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데다,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회의회(이하 대전협)는 앞서 지난 19일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가 종료됐다.

의협과 대전협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했고, 복지부는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의-정 간 협의에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의사를 가르치려 한다" vs. "강압적 태도 취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날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이 의사들에게 훈계를 뒀다는 논란으로, 감정적 대립까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박지현 위원장은 SNS를 통해 "전공의들이 코로나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이아기하시더라"며 "6종 입고 복막염 환자 4,5시간씩 수술해보셨냐고, 난 그렇게 코로나 의심환자 수술하면서 당직을 섰고 지금까지 코만 세 번 찔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뵙는 대변인이 참을 인을 세 번 쓰고 나왔다고 이야기하셔서 우리 세대는 그렇게 훈계할 세대가 아니라고 답했다"며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다 똑같은 정치질에 구역질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영래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엄중한 시기에 집단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 불안과 환자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과 지적에도 손영래 대변인의 간담회 당일 발언은 SNS에서 콘텐츠로 제작돼 의료계에 확산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림=대전협은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의 19일 간담회 발언을 만화로 제작해 공개했다. 출처:대전협 페이스북]
업무 중단 이어...시험 거부, 총파업 참여 등 예고

대전협 비대위가 앞서 예고한 대로 전공의들은 오늘부터 순차적 업무중단 등의 단체행동을 이어간다. 21일 오전 7시부터 인턴과 4년차, 22일은 3년차, 23일은 1년차와 2년차가 업무를 중단하고, 이후 정한 기한 없이 업무 중단을 이어나가게 된다.

더불어 오는 26일에는 인턴과 4년차가 시험 거부를 선언하고,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한다. 또한, 31일부터는 사직서 작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전협에 의하면 전국 전공의 1만 6000명 중 1만여 명이 이번 업무중단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업무 중단으로 일부 인턴과 레지던트가 필수과 미수료, 전문의자격시험 응시 조건 미충족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대전협은 한 명의 전공의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모든 전공의가 무기한 단체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은 하루 일정으로 의료대란 없이 지나갔으나, 이번은 무기한 업무중단인 만큼 대학병원들도 대책 마련에 시급해진 상황이다. 응급 정도가 낮은 수술이나 입원 일정 등은 연기하고, 외래 진료 감축,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진료 공백이 없도록 대응에 나섰다. 또한,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전공의와 개원가 중심 의료계 파업이 앞서 두 차례 진행됐지만, 정부는 입장 변화 없이 강경하게 정책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공공의대 신설 등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차 파업에 비해 전공의 업무중단과 26일 예정된 2차 파업의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간극을 좁혀나갈 가능성이 열릴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시국에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의-정 간 협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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