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은 아이, 세포 노화 빠르다 (연구)

[사진=evgenyatamanenko/gettyimagebank]
학대받거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사춘기를 더 일찍 맞는 등 생물학적으로 조숙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등 연구진은 기존 연구 80건에서 11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폭력에 노출되거나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세포 노화 속도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빨랐다. 염색체의 끝에 있는 말단 소립,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았던 것. 노화가 진행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티 맥클로클린 교수는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는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과 불안감 등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 암 등 육체적 질병을 예고하는 강력한 전조”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동기에 겪을 수 있는 ‘역경’을 두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 폭력과 학대였고, 나머지는 가난과 방치였다. 그러나 폭력과 학대를 겪은 아이들과 달리, 가난과 방치만 경험한 아이들은 노화 속도가 정상 아동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아동들의 뇌 발달 과정을 살핀 연구 25건에서 3,200여 명을 분석했다. 어린 시절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은 대뇌 피질이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얇은 피질 역시 노화의 징후 중 하나다.

역경의 종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뇌 부위는 달랐다. 폭력과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복내측 전전두엽 부근이 얇았다. 사회적 관계와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다. 반면 빈곤을 겪은 아이들은 전두두정엽 부근이 얇았다. 감각과 인지를 담당하는 부위다.

맥클로클린 교수는 “어린 시절 학대와 빈곤 탓에 평생에 걸친 보건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하여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Biological Aging in Childhood and Adolescence Following Experiences of Threat and Depriv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는 학술지 ‘사이콜로지컬 뷸레틴(Psychological Bulletin)’이 게재하고 통신사 UPI가 보도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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