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얀센이 반환한 신약 후보물질 MSD에 재수출
한미약품의 바이오신약이 다시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회사명 머크)로 기술수출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얀센으로부터 기술수출이 해지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이번 기술수출 성사로 다른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한미약품은 4일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를 MSD에 기술수출한다고 4일 밝혔다. 이 물질은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Glucagon‐Like Peptide. 글루카곤유사펩티드)-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Glucagon)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이 물질은 원래 비만 및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로 다국적 회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되돌아온 약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얀센에 이 후보물질의 전 세계 개발 및 판매 권리를 기술수출했지만 지난해 반환받았다. 얀센은 이 후보물질을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이 중단되며 결국 계약 해지됐다. 얀센은 임상 2상 시험에서 체중 감소 목표치에는 도달했지만 비만인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자 계약을 해지하고 권리를 반환했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주가가 하루 만에 전날 대비 27.26% 폭락하는 아픔을 겪었고 기업 신뢰도에 상처를 받았다.
당시 한미약품은 얀센과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임상에서 약물의 개발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개발 방향을 새롭게 잡겠다고 주장했고, 이 발표가 이번 MDS로의 기술수출로 실제 이뤄지게 됐다. 우리 돈으로 최대 1조원의 잭팟을 터뜨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약업계에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임상시험 통과라는 높은 벽이 있기 때문에 잭팟을 터뜨렸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주주들의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한미약품은 MSD에 해당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Non-Alcoholic SteatoHepatitis) 치료제로 개발, 제조, 상용화하기로 합의했다.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계약금은 1000만 달러,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8억6000만 달러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릿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료는 임상개발과 허가, 상업화의 성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종 계약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NASH를 포함한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신약개발 영역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패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