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의 현실 “남자도 위로받고 싶어요”


[사진=ValuaVitaly/gettyimagebank]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면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중년에 접어든 부부의 바람과 이별, 그리고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중년 남성 가운데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가족들로부터 “눈물이 많아졌다”는 말도 듣는다. 평생 가족들 위에 군림해온 가부장적인 아버지도 울적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왜 남자는 중년이 되면 변하는 것일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 속으로만 끙끙 앓는 중년 남성들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여성 갱년기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의외로  증상이 심한 중년 남성도 상당수다. 이들은 몸의 변화를 실감하면서도 속으로만 끙끙 앓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데 강인한 척 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신체적, 정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은 잘 알려져 있어 가족의 배려도 받을 수 있지만 남성은 숨기기에 바쁘다.

40대 이상 중년 남성 3명 가운데 1명은 평소 각종 남성 갱년기 증상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로는 남성 갱년기 치료가 시급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갱년기가 되면 남성도 고환의 퇴화로 남성호르몬이 감소해 성욕이 감퇴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고환에서 생산돼 남성다움과 성생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중년에 접어들면 급속히 위축된다.

◆  40대부터 남성 갱년기 나타나

남성 호르몬 수치는 30대에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면서 40대부터 다양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중장년 남성들의 34.5%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증상은 성욕 감소나 발기 부전 등 성기능 장애가 가장 흔하며 공간 인지능력 저하, 의욕 저하, 불안, 우울 등의 심신 증상, 복부를 중심으로 하는 체지방의 증가와 체형 변화, 피부 노화 등 근골격 증상과 함께 만성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중년 남성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직장에서 명퇴, 정리해고와 직면할 경우가 있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갱년기까지 심해지면 급속히 건강상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 남성 호르몬  변화를 어떻게 할까?

경윤수 서울아산병원 교수(건강증진센터)는 “남성 호르몬의 감소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며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그 속도를 얼마든지 늦출 수 있으며,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호르몬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3.0 ng/ml 이하인 경우 뼈의 경도 약화, 체지방 감소 및 근육량의 감소, 성 생활의 만족도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 전반적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성욕 감퇴가 불러오는 ‘부부의 위기’

갱년기는 부부생활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부족으로 질 건조 또는 질 위축증이 나타나 잠자리를 피하게 된다. 남성도  성욕이 감퇴해 배우자와의 성관계가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부 모두 호르몬의 변화로 쉽게 짜증이 나고 우울감에 빠지는 등 젊을 때와는 다른 감정 반응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갱년기 증상이 심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서상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부부의 대화마저 단절되면 불화로 이어져 집안 분위기도 가라앉게 된다. 자녀들이 부모의 갱년기로 인한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중년 남녀는 서로 부부생활을 피하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여성도 남성에 대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자.

이석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비뇨의학과)는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신체 변화는 무시해도 되는 문제가 아닌 병적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갱년기 증상임을 알게 되면 공통의 주제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부부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따뜻한 말을 서로 건네고 산책이나 영화감상 등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게 좋다.

◆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으로’, 근력운동이 도움

갱년기 증상은 운동이나 활동량이 적을 경우에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50대 이후에는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근육의 면적이 늘어나면 혈류량이 증가해 말초 혈관이 확장되면서 호르몬 분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나 흡연, 운동부족 등 남성호르몬 감소를 촉진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갱년기 증상이 심해진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다보면 근육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 오르기로 허벅지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헬스클럽 운동이 여의치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걷는 시간을 늘리고 시간 날 때 마다 팔굽혀펴기, 아령 들기만 해도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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