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베닥] “환자는 의사의 전부” 난치성 척추 환자의 도우미
㉒척추 신경외과 분야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용은 교수
“환우회를 만들려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2006년 당시 64세였던 김종오 씨가 병원으로 찾아와 부탁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병원장이었던 조용은 교수(62)는 일면식도 없는 김 씨의 사연을 경청했다.
“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평온히 살고 있다가 손발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세로 동네병원을 찾았지요. 처음에는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고 류마티스성 관절염, 뇌졸중 초기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 다음날 다리가 마비돼 침상에게 떨어졌지요. 이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받고 병을 알게 됐지요. 대전선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지만, 이 병을 알리려고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환자의 병은 경추후종인대골화증. 경추의 뒤쪽 인대가 뼈처럼 굳어서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서 온갖 신경장애가 발생하는 병이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 받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단순요통이거나 허리디스크겠지 하며 방치했다가는 사지가 마비될 수도 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전력을 다해서 도와줘야 한다!” 김 씨의 얘기를 듣던 조 교수의 내면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선임 장교가 당부한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그는 흔쾌히 환우회의 고문을 맡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창립총회를 열도록 도왔다. 창립총회 때부터 매년 1, 2차례 특강을 하고 무료상담도 해왔다. 환우회가 질병 안내 팸플릿을 만들어 병원마다 비치할 때, 일본의 책을 번역해서 회원들에게 무료 배포할 때에도 옆에서 도와줬다. 환우회의 고문으로서 감사패를 받는 대신, 연세대 의대 차원의 감사패를 환우회에게 주도록 주선했다. 조 교수는 환우회 카페에서 상담 중인 회원이 응급상황으로 보이면 일정을 조절해서 환자를 맞는다. 최근에도 사지마비 직전의 환자를 구했다.
조 교수는 1975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신경외과 전공의를 모집하자, 당시 이 분야 최고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김영수 교수를 찾아가서 제자가 됐다. 조 교수에게 스승 김영수 교수는 엄부(嚴父)와도 같은 존재였다. 스승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면서 실행력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스승은 또 조 교수를 프랑스와 독일로 연수 보내 새 세계에 눈을 뜨도록 했다.
조 교수는 1995년 프랑스 리옹1대학 신경과-신경외과 전문병원과 보르도의 펠그린병원에서 연수했다.
“프랑스의 의료진과 함께 수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열린 사고’를 배웠습니다. 척추반고정술을 비롯한 새 치료법을 배워 국내 적용한 것도 성과였고 인체 사체(카데바)를 대상으로 수술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경험이었지요. 그때 국내에선 인체 모형을 대상으로 수술연습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펠그린병원 자크 세나가 교수가 ‘어제 사망한 환자의 사체를 사흘 동안 다룰 수 있는데 필요한가?’라고 제안했을 때 곧바로 인수해서 밤낮으로 술기를 익힌 것은 잊을 수 없지요.”
조 교수는 199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칼스바드 척추전문병원에 단기연수 가서 ‘척추 수술의 마에스트로’로 불렸던 유르겐 하름스 교수에게 최신 척추 수술법을 배웠다.
그는 스승과 함께 척추 내시경 현미경 수술, 복강경 척추고정술, 척추 연성 유동성 고정술 등을 국내 처음 도입해서 지금까지 척추 환자 2만여 명을 수술했다. 최근에는 후종인대골화증과 척수종양, 척수공동증 등, 다른 의사들이 보내온 난치성 척추질환을 집중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 최고를 내세우기 보다는 이름처럼 조용하게 환자의 얘기를 경청하고, 환자를 돕는 의사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검사였던 아버지가 근무지를 옮김에 따라 제주도와 충남 외에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았고,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에게 동네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의 벽을 낮추기도 한다.
조 교수는 2007년 마이젤 교수의 권유에 따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바이오스파인 학회’에 참관했다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의사, 기초과학자, 산업계 리더들이 함께 미래의학을 논의하는 것을 참관하고, 이 길이 현재 난치성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벅찼다. 그는 2016년 줄기세포 로봇 인공뼈 나노 3D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바이오스파인학회를 창립했다. 2018년에는 일본, 중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의 전문가들을 모아 아시아바이오스파인학회를 세우고 국제 전문가 17명을 초청해서 연세대 백양관에서 첫 학회를 열었다.
조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자, 극적으로 치유에 성공했던 환자가 아니라, 가슴 아팠던 4명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첫째는 의사 초보시절 목이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입니다. 제가 영상판독을 잘못해서 생명을 잃었지요. 둘째는 척추협착증 수술 뒤 6~7년 다리가 마비됐던 환자입니다. 재수술과 재활을 거쳐 지금은 걷고 있지만…. 셋째는 척추디스크 수술이 잘못돼 신경이 마비되는 바람에 휠체어를 타야만 했던 환자입니다. 환자 가족이 소송을 걸었지만, 지금은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료방법이 없던 척수공동증 환자입니다. 팔다리가 마비돼 아내가 떠나고, 직장도 잃은 채 병원에 왔다가 화장실에서 극단적 방법을 택했습니다.”
조 교수는 앞으로 환자를 잃고 후회할 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술 전날 20~30분 동안 환자에게 수술과정, 수술 후 경과를 설명하고 재활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수술 뒤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에 연락해서 조치를 받도록 하는, 일종의 AS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5년 척추병원장에 부임해서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수술 과정을 미리 보여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환자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도록 척추정보실을 만들기도 했다.
조 교수는 환자가 의사의 모든 것이라고 믿는다. “언론에 보도되면 환자가 몰려오지만 일시적입니다. 결국 환자들이 의사를 지켜줍니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베닥은 의사–환자 매치메이킹 앱 '베닥(BeDoc)'에서 각 분야 1위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80개 분야에서 의대 교수 연인원 3000명의 추천과 환자들의 평점을 합산해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통해 참의사의 본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는 베닥 선정을 통한 참의사상 확립에 큰 힘이 됩니다. |
의사는 이런 마음으로 환자를 보는데 환자는 이름난 의사 아니라면 명의 아니라고 뭐하고 몇몇 의사는 과로하고 탈나면 소송걸고. 자기건강은 자기것인데 잃어서 온 것에 도움받는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본문을 읽고 내려왔는데 댓글이 베닥에 대한 신빙성 언급을 하는 걸 보니 저런 사람들도 치료해야 하는 의사란 직업이 참 피로한 일이겠다 싶습니다.
대한민국 베닥 22회까지 오면서 절반이 신촌세브란스와 강남세브란스 의사들인데 신빙성을 갖출려면 좀 다양하게 찾길 바랍니다.
충고는 고맙습니다만, 처음부터 체크해보시지요. 여러 병원 교수들이 골고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