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호전달 핵심물질 규명...뇌질환 치료 실마리 제공
고령화로 우울증,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질환은 시냅스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시냅스 신경전달이 일어나는 '시냅스 틈' 사이의 배열을 지휘하는 인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치료제 개발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배열을 매개하는 중요 기전의 하나인 '시냅스 접착'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 과제다.
이에 국내 연구팀이 뇌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을 발견,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고재원 교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최세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뇌 신호 전달을 지휘하는 핵심 단백질인 PTPσ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마의 특정 신경회로 내에서 시냅스 접착단백질 PTPσ의 새로운 작용기전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자폐증, 조현병 등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뇌의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기능 이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접착단백질의 세부 기능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정보전달의 기본단위로, 전시냅스(presynapse)와 후시냅스(postsynapse)로 구성돼있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를 형성해 다양한 신경회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학습, 기억 등의 모든 뇌기능을 담당한다.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경회로가 올바르게 연결돼야 하고, 이때 시냅스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시냅스 기능 이상, 즉,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회로 연결에 문제가 생기고 뇌질환이 일어난다. 따라서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기능을 온전히 알게 되면 뇌질환 치료 또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시냅스 접착단백질 중 하나인 PTPσ 조건부 녹아웃 마우스를 이용해 PTPσ가 전시냅스 접착단백질로서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지휘하는 핵심인자임을 확인했다.
또한 해마 내 특정 신경회로에서 PTPσ 단백질이 후시냅스 글루탐산 수용체 반응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PTPσ가 글루탐산 수용체 반응을 조절한다는 기존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로, 동일한 시냅스 단백질이 같은 뇌 영역 내 다른 신경회로에서 각기 다른 작동기전을 통해 시냅스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시냅스 작동 모델을 제안했다.
DGIST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경계 발달에 관여하는 PTPσ의 보편적 기능뿐 아니라 해마의 특정 신경회로 내 기능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향후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보건의료인재양성지원사업으로 수행됐고,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iScience' 온라인판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