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와 함께 재개된 급식…‘아나필락시스’ 주의해야
2013년 4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9세 초등학생 A군이 급식으로 나온 카레를 먹고 사망했다. A군에게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카레 성분의 30% 이상이 우유였던 것. A군은 중증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어릴 때 진단받아 우유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안타깝게도 카레에 우유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고 카레를 먹은 이후 호흡곤란과 저혈압을 동반하면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졌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등교가 5월 20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저학년들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감염질환 예방을 위해 격주•격일제 등교를 비롯한 ‘거리두기’를 활용, 교실 내 밀집도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염질환에 대한 우려 및 대처가 시행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감염질환 외에도 단체생활을 시작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질병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단체급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중증 급성 알레르기 반응)’다. 일선 학교에서는 식단표에 ‘알레르기 식품정보’를 표시해, 학생들이 알레르기 식품을 먹지 못하게 하고있다. 하지만 음식 안에 어떤 재료와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자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아나필락시스의 유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관련 증상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치명적이며, 전체 환자 중 10대 이하 청소년들 비중도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9세 이하 청소년이 전체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약 50% 차지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 혹은 특정 자극에 노출된 이후 단시간 내에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은 ▲식품 ▲곤충(벌독 등) ▲항생제나 해열진통제, 조영제 같은 약물이다. 식품의 경우 우유와 계란, 땅콩이나 잣, 호두 같은 견과류, 새우와 같은 해산물, 과일, 메밀, 콩, 밀, 번데기 등이 흔한 원인이다. 특히 10대 이하 청소년들은 식품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음식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질병코드: T780)’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898명에서 2019년 1185명으로 약 32% 가량 증가했지만, 10대 이하는 같은 시기 250명에서 564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전체 환자 중 약 47.6%를 차지하는 수치다.
실제 일산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원석 교수팀이 2015~2017년 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를 방문한 15세 이하 소아 아나필락시스 환자 분석 결과에서도 전체 107명 중 58명(52.4%)이 음식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원인은 견과류와 우유(각각 15명, 25.9%)였다.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의해 원인물질 찾아야
아나필락시스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발진이나 가려움 등의 피부 증상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기침, 쌕쌕거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삼키거나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호흡이 가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져 실신할 수도 있다. 구역, 구토와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불안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은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적절한 치료나 조치가 없이 방치할 경우 장기 손상이나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진단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원인물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진단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혈액검사, 피부반응시험을 통해 진행된다.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은 원인물질을 이용한 유발시험인데,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알레르기 전문의가 응급처치 준비를 한 후 시행해야 한다.
이원석 교수는 “최근들어 아나필락시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어린이의 경우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운동 중이나 후에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증상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원인을 찾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아나필락시스 원인과 증상에 대해 학교에 미리 알리고, 응급대처법 숙지해야
아나필락시스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피하면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포장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식품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 급식에서도 식단표에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에 대해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거나,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하려면 아이들에게 알레르기 성분을 숙지시키고, 원인물질과 응급대처법이 표기된 카드나 목걸이/팔찌를 착용시켜 주변 사람들이 즉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과 보건교사, 체육교사, 영양사에게 아나필락시스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미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보건실에서 응급조치를 한 후 구급차를 이용해 바로 응급실로 후송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외식을 할 때는 성분이 불분명한 음식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 여행을 할 때는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약물을 미리 준비하고,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항공사에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 병원이나 약국 방문 시 자신이 어떤 약제나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인지 알려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로 진단받은 환자는 병원에서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주사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거나, 집, 유치원 또는 학교에 비치하여 응급상황 시 허벅지에 주사를 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상태가 좋아져도 2차 반응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일산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원석 교수는 “식품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있는 환자들 중에서는 소량에 노출이 되어도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식품 라벨을 꼼꼼히 살펴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음식을 철저히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