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악몽'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 코로나 확진 "비상"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 4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에서 중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에서 바이러스가 번지면 암, 심장병 등 중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일 오전 10시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한 명이 어제 오후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진됐고 추가조사결과 함께 근무했던 간호사 세 명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아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처음 확진된 간호사는 흉부외과 수술에 참여했고 17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으며 다음날 진단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따르면 첫 확진자는 14일까지 흉부외과 수술에 참여했고 15일에는 수술실 밖에서 환자 분류작업을 했다. 해당 수술실은 음압이 걸려있는 수술실이다. 이 확진자는 16일부터 미열이 나고 인후통 증세가 있어 자가 격리에 들어갔지만 38℃ 이상의 고열과 기침이 계속돼 18일 오전 병원 자체 검체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송파구의 집에서 대기하다 18일 저녁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은 이 간호사가 수술실과 병원 내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명의 간호사의 거주지는 각각 서초구, 강남구, 강북구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시간 뒤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 감염경로는 불분명하다"면서 “4명은 모두 (근무를) 함께한 간호사들이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간호사 4명은 3층 수술장 C구역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수술에 함께 참여해왔다”며 “이들이 참여한 수술의 환자는 현재까지 19명으로 추가 접촉 환자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수술에 함께 참여했거나 식사를 하는 등 의료인 262명, 환자 15명 등 접촉자 277명 중 265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당 간호사들이 수술에 참여한 C구역을 포함해 19일부터 3일간 본관 3층 수술장 25개를 잠정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별관 건물 수술실과 암병원 수술실은 정상 가동 중이고, 외래 진료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박 시장은 "발생 장소가 대형 병원이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신속대응반 18명을 구성해 동선, 접촉자, 감염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확진은 현재까지 이태원발 감염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해당 간호사가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적이 없고, 이태원에 다녀온 지인과 접촉한 적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충격 속에서 긴급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평택성모병원에서 2차 감염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해 총 8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당시 전체 감염자 186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였다. 당시 병원에서 환자가 격감했고 나중에 원장과 부원장 등이 병원을 떠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나중에 보건복지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방대한 전염병 대응 매뉴얼을 갖췄고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생기자마자 방문객들을 철저히 체크하면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의 사회적 격리를 유지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해왔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외래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의료진이 감염된 경우는 처음이어서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사결과가 나온 접촉자들은 대부분 음성이 나왔지만 의료진들은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향후 수술 일정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비상 대책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해 확산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