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가 자주 나고 멈추지 않는다면?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혈이 잘 되지 않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가 나는 것을 출혈성 경향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출혈성 경향이 있으면 평소 멍이 잘 들고 코피가 잘 나고 멎지 않거나 외상 후에는 출혈이 잘 지혈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월경 과다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출혈성 경향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혈관이 약해지는 경우, 혈소판의 숫자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그리고 혈액 응고계의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첫째, 혈관이 약해져서 쉽게 모세혈관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면 흔히 멍이 잘 드는데 혈관이 약해져서 모세혈관이 쉬 터지기 때문이다. 둘째, 혈소판 숫자가 줄거나 혈소판 기능이 감소하면 지혈이 잘 안 된다. 혈소판은 적혈구, 백혈구와 함께 3대 혈액세포 중 하나로서 혈액의 응고 과정에 관여하는 세포다. 혈액 순환 개선과 혈액응고 억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100mg 이하의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과는 혈소판의 응집 기능 억제에 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혈액응고인자의 장애가 있을 때에도 출혈성 경향을 보인다. 혈우병이 대표적이지만 간경화 시에 나타나는 출혈성 경향도 간에서 혈액응고인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간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비타민K 부족이 있으면 비타민K 의존성 혈액응고인자의 생성 부족으로 출혈성 경향이 생긴다. 와파린(warfarin)이라는 약제는 비타민K 의존성 혈액 응고인자의 형성을 억제하여 항응고제 작용을 한다.

만성콩팥병도 출혈성 경향을 가지는 질환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멍이 잘 들고 코피가 잘 나고 멎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월경 과다가 일어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출혈성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환자의 나이가 많아 혈관이 약해ㅑ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등의 약제가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혈에 관여하는 혈소판의 기능 저하와 관계가 있다. 혈소판의 숫자에는 이상이 없고, 다른 혈액응고인자도 정상이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콩팥에서 만들어지는 에리쓰로포이에틴이라는 조혈호르몬의 부족으로 빈혈이 흔히 오는데, 이 빈혈도 출혈성 경향에 일익을 담당한다. 적혈구 용적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지혈시간이 길어지는데 조혈호르몬(rEPO) 치료로 빈혈이 교정되면 지혈시간도 짧아진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출혈이 잘 멎지 않으면 빈혈 교정과 함께 동결침전물과 같은 혈액 성분의 수혈이나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 투여는 지혈에 도움이 된다. 단 조혈호르몬(rEPO) 치료 후 적혈구용적율이 너무 상승하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서 투석막과 인조혈관이 응고될 수 있다. 따라서 적혈구 용적율을 33~36% 이상으로 너무 많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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