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의 날, 자녀 닮은 두 노래의 사연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11호 (2020-05-08일자)
어버이의 날, 자녀 같은 두 노래의 사연
어떤 사람에게는 어버이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어버이날. 그래도 거리에선 띄엄띄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사람들이 보이겠군요. 부모와 자녀는 아무리 서운한 게 있어도 서로 닮고 그리워하듯이, 노래에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 혹시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You Raise Me Up’은 찬송가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를 그리는 노래였습니다. 원래 혼성 듀엣 시크릿 가든의 롤프 뢰블란이 북아일랜드 국민가요 ‘Londonderry Air(런던데리의 노래)’를 편곡해서 어머니 장례식에 쓰려고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브라이언 케네디가 시크릿 가든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조쉬 그로반, 웨스트라이프, 켈틱 우먼 등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소향까지 숱한 가수가 저마다의 음색을 입혀 ‘세계의 노래’가 됐지요.
저는 ‘네덜란드 아저씨’ 마틴 허켄스의 노래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는 32년 동안 일하던 빵집에서 해고돼 2년 동안 실업자로 있던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 《홀랜즈 갓 탤런츠》에 출전합니다. 막내딸이 몰래 지원서를 냈는데 처음엔 주저하다가 도전에 응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파바로티’로 부르며 사랑한 딸들이 ‘아빠의 꿈’을 실현시키려 ‘선물’한 것이지요.
마틴이 예선 첫 무대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자 심사위원과 관객은 상기됐습니다. 3년 전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폴 포츠의 데자뷔로 여긴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폴은 정식으로 성악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휴대전화 판매상으로 일하다 꿈을 이뤘지만, 마틴은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빵 만들 때 흥얼거린 게 전부였습니다.
첫 프로가 나간 뒤 준결승부터 빵집 직원들과 동네 주민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응원하러 왔고, 마틴은 ‘쿨’하게 이들을 환영합니다. 마틴은 이듬해 마스트리흐트 광장에서 ‘거리 가수’처럼 노래를 불렀는데, 이것이 유투브에서 ‘대박’을 터뜨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됩니다.
‘You Raise Me Up’의 원곡 ‘Londonderry Air’는 북아일랜드의 비공식 국가이지요. 혹시 영화 ‘님은 먼 곳에’서 정진영이 미군을 만나서 ‘Danny Boy’를 불러 화를 모면하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Londonderry Air’가 영국과 미국에서 ‘Danny Boy’로 바뀌었고 빙 크로스비, 해리 벨라폰테, 앤디 윌리엄스, 엘비스 프레슬리, 아이유, 소녀시대 등 숱한 가수들의 애창곡이 됐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원래 사랑의 노래 또는 찬송가였지만, 전쟁에 나가는 아들을 보내는 어버이의 사랑노래로 바뀌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정진영이 영화에서 미군 앞에서 ‘Danny Boy’를 부른 데 그런 배경이 숨어있는 거지요.
부모와 자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는 것을 ‘Londonderry Air’와 이 노래의 자녀 격인 ‘You Raise Me Up’과 ‘Danny Boy’이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한 곡은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기리는 것이라면, 다른 곡은 자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 동전의 앞뒤면 같습니다.
어쩌면 부모의 내리사랑과 자녀의 치사랑도 그런 관계이고,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말 한두 마디나 욕심, 성급한 감정 때문에 그 자연스러운 사랑을 해쳐서는 안 되겠죠? 자녀는 어버이를 떠나보내고, 늦게 후회하곤 합니다. 오늘, 어버이날엔 꼭 가슴 깊숙이 담긴 사랑의 마음을 꺼내 뜨겁게 전하시기 바랍니다. 늦기 전에!
오늘의 음악
첫 곡은 마틴 허켄스가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광장에서 부르는 ‘You Raise Me Up’입니다. 담백한 창법에 두 딸을 착하게 키운 아버지의 소박함과 삶의 경륜이 녹아있는 듯해서 좋습니다. 둘째 곡은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 출신의 피터 홀렌스가 부르는 ‘Danny Boy’입니다. (포털에서 안보이면 코메디닷컴 원문 사이트에서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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