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로 더욱 정교하게 안면비대칭 바로잡자
이카리아 와리우티아(Ikaria wariootia)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직전인 약 5억 5천 5백만 년 전의 지층에서 최근에 화석으로 발견된 쌀알 크기의 작은 동물이다. 학계에서는 이 작은 동물이 원시적인 감각기관을 지니고 먹이를 찾아 방향성을 갖고 이동하는 최초의 생물이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좌우대칭 동물의 조상 격인 동물의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 진화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 좌우대칭은 자연계에서 뿔이나 부속지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매우 엄격히 지켜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 역시 엄격한 좌우대칭을 형성하지만 간혹 머리, 얼굴 골격에서는 심각한 유전질환이 없음에도 좌우성장의 차이를 보이며 중심축이 휘어지거나 좌우 얼굴 크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심미 또는 기능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치료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미(美)의 기준은 주관적이기에 안면비대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얼굴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며,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밀로의 비너스상의 얼굴 또한 비대칭이다.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상을 2차원적으로 인식한다. 안면 비대칭도 실제로는 입체의 왜곡이지만 정면에서 바라본 안면의 모습을 평면으로 인식하여, 좌우의 차이정도로만 본다.
그러나 서울대치과병원 턱교정수술센터 최원재 교수(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는 “안면 비대칭의 진단을 위해서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차원인 평면의 모습을 통해 3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 최 교수는 “정면사진에서 얼굴의 폭과 길이는 알 수 있지만 그 깊이는 알기가 힘들다”며 “단순히 1차원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변수는 무한히 늘어나게 되어 입체적인 분석이 무척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교수는 “안면비대칭 치료를 위한 턱교정수술은 얼굴뼈나 턱뼈를 잘라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위에서 절단 후 계획한 위치로 이동시켜서 교정하는 수술이기에 3차원적인 접근과 분석이 얼마나 정밀히 수행되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아래 5가지에 대한 정성·정량적 확인을 통해 골격의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하다면, 성공적인 수술이 될 수 있다.
1. 광대 또는 귀에서 내려가는(하악우각부) 얼굴 외측윤곽선의 좌우차이
2. 상악 치열의 기울기와 미간에서 턱 끝으로 이르는 얼굴 중심축의 휘어짐
3. 상악 또는 하악 중절치(치아 중 첫 번째 앞니) 중심선의 변위
4. 흔히 말하는 사각턱 부위(하악우각부)에서 턱 끝에 이르는 아래턱 윤곽의 높이 및 길이 차이와 대칭 여부
5. 상악치열과 하악치열 간의 교합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러한 확인·분석 작업은 치아 모형과 방사선 사진만으로 수행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3D CT 렌더링이나 CAD, CAM 등을 이용하여 데이터 정밀분석과 모의수술 시행 및 수술계획 수립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수술을 위한 장치들까지도 3D프린터로 제작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을 위한 수단이 갖춰진 셈이다.
최 교수는 “남은 것은 수술을 얼마나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인과정”이라며 “특히 수술의 필요성 여부나, 어떤 얼굴이 되길 원하는지 그리고 수술과정 및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히 이해한 후에 결정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